▲ 김재헌 변호사(법무법인 천고)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의 공동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교수이다. 그는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가 사람의 팔과 다리를 대체하게 되었는데 현대사회에서는 기계가 사람의 머리를 대체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산업혁명 때에는 기계 때문에 블루칼라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지금은 컴퓨터와 같은 기계 때문에 화이트칼라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들을 거의 다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계와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기계와 협력하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기계와 협력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디지털기술을 결합하고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계와 협력하는 방법이라고 말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여기서 나는 '결합'이라는 단어를 주목해 본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을 그 결합적 특성을 강조하여 결합혁신(combinatorial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결합혁신은 오늘날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을 생각해 보라. 이것도 각종 부품과 기술의 결합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50년전, 100년전과 다르다. 오늘날은 디지털기술 덕택에 전세계에서 누구나 손쉽게 기존의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혁신의 결합적 특성이 매우 강력해졌다.

인터넷과 디지털기술로 인해서 급속도로 사업의 환경이 바뀌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결합혁신'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합혁신은 기술이나 제품개발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CEO가 자신의 경영능력으로만 회사를 이끌어 가려고 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면 이것도 결합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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