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헌 변호사(법무법인 천고)

국제계약을 체결할 때 한국기업이 늘 고민하는 것이 분쟁해결조항이다. 분쟁해결조항이란 거래를 진행하다가 분쟁이 생기게 된 경우에 어떤 방법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할 것인가를 계약당사자가 미리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분쟁해결조항은 일반적으로 중재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는 경우와 소송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는 경우로 나뉜다.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경우 외국의 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는 반면에 중재의 경우는 대부분의 나라가 '뉴욕협약'(New York Convention)이라는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있어서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국제소송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중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디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한국의 A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기업과 국제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계약조항에는 뉴욕 중재조항이 있었다. A사는 뉴욕에서 중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서울에서 중재를 하자고 제안하였는데 미국기업은 이것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A사는 미국기업이 A사를 상대로 중재를 제기해 온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 다음 마지 못해 뉴욕중재조항을 수용하였다.

A사가 뉴욕 중재조항에 동의한 것은 분쟁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분쟁이 생기더라도 큰 손해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즉, 분쟁이 생기면 뉴욕 중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자세가 아니고 혹시 상대방이 싸움을 걸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는 소극적인 자세를 가진 것이다. 해외에서 진행하는 법적 절차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A사가 원했던 대로 서울에서 중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행은 어차피 해외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가 하나로 되고 있다. 국제거래를 하면서 해외에서의 법적 절차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소송과 해외중재에 대한 울렁증은 반드시 해소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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