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들은 integrity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무언가 진실되다고 평가할 만한 사람에 대해서 "He is a man of integrity."라고 표현한다.한국에서는 integrity라는 단어를 진실성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진실성'이라는 단어가 integrity가 가지는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생활을 오래한 임병덕 미국변호사는 그의 책 '페어플레이'에서 integrity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서양 사회에서는 비즈니스와 법조계는 물론, 심지어 정치에서도 'integrity'라는 개념은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품으로 다루어진다. 

매리엄-웹스터 사전에는 'integrity'를 'firm adherence to a code of moral [or artistic] value (도덕적 [예술적] 가치를 흔들림 없이 고수함)'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integrity'의 본래 개념은 '어떤 가치를 흔들림 없이 고수하는' 것이고 달리 표현하면 '참되고 바른 성질이나 품성을 바탕으로 훌륭한 가치를 고수하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한국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진실성' 또는 '투명성'이라는 단어는 integrity가 가지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직성을 고수하려는 성향, 거짓을 통해 부당하고 구차한 이득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integrity에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이 integrity에 대한 그의 견해인 것 같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다른 나라사람들보다 덜 정직한 것은 아니다. 개개인을 놓고 볼 때도 어떤 사람이 대체적으로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어도 그가 항상 정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정직하거나 진실하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딱히 한국 사람이 정직성과 진실성 그리고 투명성에 있어서 뒤쳐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무언가 특별한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즉 한국에서는 왠지 정직하면 손해 볼 것 같은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정직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한국사람들은 정직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 그리고 정직성을 고수하려는 의지도 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한국의 묘한 분위기를 외국인들은 알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외국인들은 한국사회를 경험하고 한국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사람들이 진실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외국인들과도 신뢰를 주고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런 인상은 아쉬운 대목이다. 오랜 세월 동안 국제거래를 해온 어떤 사업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김변호사, 사업은 heart to heart, 즉 진정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야."

사업이나 거래를 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진정성과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양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integrity'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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