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혁신생태계활성화포럼 회원들이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차 포럼을 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포쓰저널=이예진 기자] 국내 벤처·창업 혁신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벤처캐피탈 출자는 모태펀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막상 정부나 한국벤처투자는 마치 은행이라도 된 것 처험 안전지향적 업무에 집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모험자본과 로펌 등이 대학, 연구소 등의 기술·혁신기업 발굴, 성장, 회수를 진행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구성하고 모험자본이 각 지역 기반의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킹 등이 융합해 기존 테크노파트, 인큐베이터, 지역클러스터, 대학, 연구소 등을 혁신생태계로 재구성해야한다는 주장나왔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혁신생태계활성화포럼(공동대표 홍의락·배재광)이 '창업과 규제 혁신을 위한 이니셔티브-모험자본 생태계의 문제점과 법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연 제2차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포럼에서는 벤처창업 혁신 생태계를 활성사킬수 있도록 모태펀드를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탈’ 중심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에선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인 창업투자회사(창투사)가 85% 이상을 차지하는 데 반해, 혁신창업생태계가 발달한 벤처캐피탈의 법적 실체는 유한회사형(LLC:Limited Liability Company)이나 조합형(LP, LLP)이다.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벤처캐피탈의 대부분은 유한회사(LLC)다.

창투사는 주주와 출자자 또는 주식회사화 투자조합 사이의 이해상충에 따른 위험이 크고, 주주 우선의 투자전략 때문에 모험자본(벤처캐피탈)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벤처 투자를 회피할 확률이 높다.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벤처·창업 혁신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벤처캐피탈 출자는 모태펀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막상 중기부나 한국벤처투자는 마치 은행이라도 된 것 처험 안전지향적 업무에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럼에선 주식회사형 창투사의 문제점이 집중 지적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는 "혁신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되려면 모험자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주식회사형 창투사를 만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배재광 대표는 "모험자본과 로펌 등이 대학, 연구소 등의 기술·혁신기업 발굴, 성장, 회수를 진행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구성하고 모험자본이 각 지역 기반의 클러스터(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킹 등이 융합해 기존 테크노파트, 인큐베이터, 지역클러스터, 대학, 연구소 등을 혁신생태계로 재구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와 벤처투자조합, 주주와 일반출자조합원(LP), 회사와 벤처투자조합간·일반출자조합원간의 이해상충의 문제가 중첩적으로 내재돼 있어 대리인의 위험이 어느 경우보다 심각하므로 모험 자본에는 적절하지 않은 법인 사업체"라고 했다.

배 대표는 △모험자본의 자격규정 전면적 폐기 △벤처투자조합, 유한책임조합(LLP), 모험자본 운영자의 성격 규정 △별도의 자펀드 선정기준 규정 △모태펀드와 자펀드 이해의 일치가능한 방안 강구(이해상충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모험자본가가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소통하고 기술의 방향도 소통해서 키워져야 기술창업이 된다"고 했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가 국회혁신생태계활성화포럼이 3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2차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생태계내 장기적 인내 자금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의 경우 LLC안에 LLC 다층적 구조를 만들고 하단에 위치한 LLC는 펀드 투자자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면 각 단위마다 LLC는 투자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해야하는 세법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청종 혁신창업가(후이즈홀딩스 대표)은 "중견 벤처조차 벤처금융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차라리 영업을 더하자고 한다. 준비가 많이 된 사업도 투자받기 어렵다"며 "많은 엔젤 IR행사가 5분 만에 짧은 발표와 짧은 질의응답으로 마친다. 투자자자도 없고 시간낭비다. 유사모델을 같이 진행하다보니 유사 경쟁 모델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벤처캐피탈 전문가가 없고 벤처 업계가 아니라 은행에서 나온 30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많다”며 “한국은 시장이 왜곡돼 있다. 모태펀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부가 돈 안뿌리면 최소한 왜곡은 안된다"고 했다.

이청종 대표는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이다. 우리도 엔젤부터 나와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격변기의 한국 상황에서는 엔젤투자를 활성화하는 기관에 파격적 세금 혜택을 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스타트업을 백업해 주는 시스템이 너무 안돼 있다. 향후 100년의 먹거리, 민족 생존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R&D예산 20조 쏟아 붓고 평가가 없다. 심사위원들도 교수나 회계사를 최소화하고 뼈속부터 벤처사업가인 그 분야 기업가들이 해야하는데 대부분 교수들로 괴짜들이 수두룩한 벤처사업가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다래 박병규 변호사는 이해상충과 자펀드 선정 기준 문제를 지적하며 "자펀드를 선정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모태펀드에서 자펀드 선정할 때 선정기준을 공개해 배임이나 부패행위를 방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NK파트너스 김광남 대표 변리사는 블랙엔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블랙엔젤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뺏고 기술특허만 노리고 허위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창업자가 파산하는 것과 달리 불구속되고 정부기관의 창업멘토로 계속 활동하는 등 오히려 건재하다"며 블랙엔젤의 영구 퇴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창업가를 울리는 엔젤투자매칭펀드 편취 관련 기업은 지난해 37개로 전체 투자금 633억중 70억6000만원, 11%를 차지했다.

이계형 단국대 부총장은 전문가 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부총장은 "실제 우리나라 벤처 열기는 뜨거운데 전문가가 부족하다. 현장의 경험을 많이 가진 분들을 전체적으로 묶어내서 벤처기업인들과 같이 한다는 개념으로 자문을 받고 아웃소싱하고 일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의 지역 불균형 문제, 기술형 기업 투자 부족의 문제도 제기됐다.

벤처캐피탈 모험자본가인 김용민 인라이트벤처스 대표 파트너는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양질의 자금을 벤처캐피탈까지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부족하다”며 “특히 벤처투자의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벤처투자의 경우 수도권 소재 기업이 78%, 지방소재 기업이 22%의 혜택을 받는데 그중에서도 ICT족이 65%로 ICT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이어 "기술형 기업들은 누가 투자할 것이냐”며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 인구 감소 현상도 맞물려 기술형 창업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파트너는 "LLC형의 강점은 지역이나 기술 창업형으로 장기간 갈 수 있다"며 "투자 리스크가 높고 전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수익성 위주보다 정책적 성과, 지역 성과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가 유한책임형, LLC로 가야되지만 신뢰가 쌓이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당분간은 창투사와 LLC와 병행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서승원 전문위원은 "우리의 국민연금은 절대 LLC 펀드를 안준다.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차투사와 LLC 병행할 수 밖에 없다"며 "LLC도 이해상충 문제 발생하며 제도화하고 급격하게 바꾸는 것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태펀드 기준 규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모태 펀드가 관료적으로 변해 있고 통제를 많이 하고 있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통제하는 것은 안 맞는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며 관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모태펀드는 지난해 말 3조4182억원의 누적 재원을 조성했다.

회수금을 포함에 총 5조3066억원을 누적 출자해 18조539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말 기준 모태펀드 누적 회수금은 1조8200억원, 청산 자펀드의 연복리 수익률(IRR)은 6.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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