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KTCS새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불법 파견과 관련해 특별근로감독을 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3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KTCS새노조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불법 파견 혐의와 관련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추혜선 의원실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KT(회장 황창규)가 계열사를 통해 근로자 불법파견을 해온 증거가 일부 드러났다.

KT는 자회사 KTCS와 영업판매 위탁계약을 한 후 하이마트,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 유통매장에 직원을 파견해 왔다.

KTCS는 114번호안내서비스, 고객센터, 컨택센터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KT의 종속회사다.

하지만 두 회사는 엄연히 법인격이 다르고 도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도 KT 본사가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실적을 관리하는 등 사실상 파견근로 형식의 관리를 해왔다.

또 KT는 KTCS 직원들의 성과급을 직접 관리하는 등 사실상 KT본사 근로자처럼 관리해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KT 본사 차·부장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드러났다.

KTCS는 KT단말기 판매 도급계약으로만 지난해 1121억263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KTCS 전체 매출의 11.58%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해 3분기(1~9월)까지만 파견업무를 통해 1082억4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매출의 15.53%에 해당한다.

KTCS의 파견업무가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KT는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 현장인력 중심으로 근로자 8000여명을 퇴출한 바 있다.

KTCS 새노조는 KT가 대규모 현장인력 감축으로 인한 빈자리를 정직원 채용 대신 계열사를 통한 불법파견 형태로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퇴근부터 실적까지 KT가 관리

근로자파견은 사업주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해 고용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장에 파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사업주가 직접 업무지시가 가능하다. 다만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물론 복지 등을 사업주가 책임져야 한다.

파견근로 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하며,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가 있을 경우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도급은 사업주가 도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업장 내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사업자가 도급업체 근로자에게 어떠한 업무지시도 해서는 안 된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2년이라는 파견근로 기간 제한이 없고, 정직원 채용 부담이 없는 도급계약을 선호한다.

KT와 KTCS는 도급계약 관계다. 즉 KT는 KTCS에서 유통매장으로 파견된 직원에 대한 업무지시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 KT는 KTCS의 파견근로 직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함은 물론 법적처벌도 받게 된다.

KT본사 직원들이 KTCS 파견근로자들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교육사항과 사진, 실적 등을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한 KT직원은 이 같은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라고 답한다.(왼쪽 첫번째)
KT본사 직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KTCS직원들에 대한 교육사항과 사진, 실적 등을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한 KT직원은 이 같은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라고 답한다.(왼쪽 첫번째), KTSC파트장은 KT의 직원이 아님에도 KT본사에 실적을 보고하고 KTCS직원을 독려하겠다고 보고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

포쓰저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KT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고 KTCS직원들의 교육을 시행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KTCS에 대한 업무를 공유해왔다.

한 직원이 “구로 (2018년) 2월 KT교육 시행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입력하자 상사로 보이는 자가 “대형유통방, 상무님 계신 방에도 이를 올려서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이들은 모두 KT본사의 직원들이다.

보고 내용에는 판매실적은 물론 KTCS직원들의 회식 사진 등 업무 외 내용도 포함됐다.

KT의 KTCS 파견직원에 대한 교육과 회식은 주기적으로 진행됐으며 매번 KT본사에 보고됐다.

KTCS 새노조에 따르면 파견직원들의 워크샵과 교육에는 항상 KT본사 직원들이 함께 했다.

KT직원이 KTCS의 영업실적 금액을 전달하고 이를 직원급여로 지급하겠다고 KTCS직원에게 전하고 있다.(오른쪽)
KT직원이 KTCS의 판매사원의 성과급 금액을 전달하고 이를 직원급여로 지급하겠다고 KTCS직원에게 전하고 있다.(오른쪽) KT직원은 이를 '절대보안이라며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KT의 업무지시는 단순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KT는 KTCS 직원들의 특정 시점 기준 실적을 공유하며 월 판매목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KTCS 파트장은 매달 실적을 KT에 보고하며 “(직원들에게) 빡씨게 독려하겠습니다”는 말도 덧붙인다. 

KT는 KTCS 파견근로자들의 성과급도 관리했다.

KTCS의 파트장은 KTCS가 아닌 KT에 직접 유통매장에서의 판매실적과 함께 성과급을 요청한다. KT본사의 영업직원은 이에 대해 ‘직원급여’로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며 이는 ‘절대보안’ 사안임을 강조한다.

또 KT본사 직원이 특정모델을 언급하며 해당 모델에 대한 실적이 있을 경우 일정한 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직접 성과급과 지급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KT가 관리해온 KTCS 파견직들의 출퇴근관리부. KT는 자사가 아닌 계열사의 직원임에도 마치 자사의 직원인 것처럼 출퇴근을 직접적으로 관리했다.
KTCS 파견근로자들의 출퇴근관리부. 해당 내용은 KT에 전달됐으며 KT는 KTCS직원들의 휴무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간섭해왔다. 

KT는 KTCS 파견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인력과 직원들의 출퇴근까지 관리해왔다.

‘KT서부-하이마트 강서지사 협의사항’이라는 내부문건을 통해 KTCS의 파견업무에 대해 어떠한 매장에 인력을 우선 투입해야 할지 결정하고 이를 채용 시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명시햇다.

또 구체적으로 인력 투입이 필요한 매장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KTCS에 전달해 인력 운영을 지시해 왔다.

각 직원들의 출퇴근과 휴무여부도 상시적으로 보고를 받았다. KT새노조는 KT가 휴무가 잦은 직원들에게는 압박 등을 가해 연속 출근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T는 KTCS 직원들에게 “휴무인 경우에도 최수 0건(의 판매실적)은 기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자”는 지시를 하기도 한다.

또 실적이 부진한 날에는 실적부진의 이유를 추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근태관리에는 하이마트도 가세했다.

하이마트는 KTCS의 직원이 정당한 휴무를 사용했음에도 “휴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공무원도 아니고”라는 식으로 KTCS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출근 압박을 가해왔다.

이 밖에도 8시 이후 업무지시를 포함해 KTCS의 근로자가 파견되지 않은 유통매장에 대한 실적도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등의 업무지시도 일삼았다.

KTCS직원들은 영업사원으로 파견됐음에도 유통매장 내 재고도 관리해야 했다. KTCS 새노조에 따르면 KT소속 직원은 문서전달 등의 개인업무를 KTCS 파견근로자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KT직원들이 KTCS파트장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실적압박을 하고 있다(왼쪽 첫번째). KTCS는 실적부진이유를 KT본사에 보고해야 했다(왼쪽 두번째, 세번째)
KT직원들이 KTCS파트장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실적압박을 하고 있다(왼쪽 첫번째). KTCS는 실적부진이유를 KT본사에 보고해야 했다(왼쪽 두번째, 세번째)

이들 KTCS의 파견근로자들의 출퇴근부에는 KT본사와 하이마트의 날인이 들어간다. 즉 KT본사와 하이마트가 KTCS 직원들의 출퇴근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지시나 추궁을 하는 구조인 것이다.

KTCS 직원들은 월차나 연차를 사용하는 날에도 KT에 휴무 사유를 보고해야 했다.

KT는 이밖에도 KTCS 파견근로자들의 근무 배치를 직접 지시하고 근로자들간의 경쟁구도 체재를 만드는 등 여러 방안으로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해왔다.

◆KT 불법파견 이슈에 증거인멸 시도

이 같은 KT의 처사에 불만을 가진 KTCS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KT는 증거인멸에 돌입한다.

포쓰저널이 입수한 KT직원들 간의 녹취록을 보면 부장급 직원이 대리급 직원에게 “도급이슈가 발생이 됐다. KTCS와 연락하는 방은 전부 폭파시켜라”는 지시를 한다.

또 KT소속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KTCS와 매니저 전화, 카카오톡 등 기록이 남으면 안된다. 도급법 이슈로 타부서에서 매우 민간하다”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KTCS에게 SNS통한 연락 절대 금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KT본사는 불법파견 이슈가 생기자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KTCS를 관리하는 KT직원들은 SNS로 도급법 이슈가 발생했으니 KTCS와의 연락들을 일체하지말라고 지시했다.
KT본사는 불법파견 이슈가 생기자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KTCS를 관리하는 KT직원들은 SNS로 도급법 이슈가 발생했으니 KTCS와의 연락들을 일체하지말라고 지시했다.

KTCS 새노조는 이 같은 증거를 포함한 고발장을 11월 중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했다. 대전노동청은 당초 해당 사건에 대해 근로감독을 결정했으나 이달 초 대전노동청 내 KT 불법파견 조사 TF팀을 구성하고 진정사안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송치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성명을 냈다. 

지난 3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KT 불법파견)사건은 KT의 오너리스크와 다를 바 없다”며 “KT는 고용구조가 안정됐다고 여러번 강조했으나 꼼수가 만연해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KTCS 새노조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KT는 지난 2014년 5월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불법파견 행위를 하다 고발돼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로 부터 해당 노동자에 대한 직접명령을 지시받은 바 있다. 

올해 초에는 KTCS가 위탁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에서 여직원이 장기간 성폭력에 노출돼 KTCS의 직원이 처벌을 받았으며, KTCS는 노조와해 행위로 부당노동 혐의 기소의견 검찰 송치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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