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자료사진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했다. 임종헌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 수사 이후 첫 ‘피고인’이 됐다.

이와 함께 박병대 전 대법관도 소환조사한다.

◆ 임종헌 범죄만 30여개...세부 혐의는 더 많아

1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하동훈 3차장검사)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 했다”며 “19일 오전 9시 30분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등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혐의는 국회의 고발이 없어 기소내용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아직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이 이달 15일 만료됨에 따라 우선 기소를 해두고 차후 수사가 종료되거나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총 30개며 세부적으로는 그 이상이다.

검찰 기소장에 적시된 임종헌 전 차장의 혐의는 크게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이익도모 ▲사법행정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를 통한 비자금 조성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임종헌 전 차장은 징용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고 청와대와 노동부를 거쳐 사건을 맡은 대법재판부가 사건을 접수하는데 관여한 의혹도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에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의 의원지위 확인소송과 관련해 "의원 지위 확인은 헌재가 아닌 법원의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는 의견을 전국 각급 법원에 전달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등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하도록 개입하기도 했다.

또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동원해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민·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주기도 했으며,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메르스 사태 당시 국가 배상책임 검토 ▲‘박근혜 가면’ 유통·판매자 형사처벌 검토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검토 ▲박 전 대통령 ‘비선진료’ 특허소송 관련 정보수집 등 청와대 업무에 법원행정처 심의관 동원 등의 혐의도 있다.

◆전직 대법관의 檢 소환조사...양승태도 나오나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의 혐의 상당 부분인 직속상관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우선 박병대 전 대법관을 19일 소환조사하고 나머지 전직 법원 수뇌부를 다음주부터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이날 제출된 기소장에도 임 전 차이 대법원 수뇌부와 공모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모임을 와해하려고 시도하고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일선 판사의 징계를 검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직 대법관의 검찰 조사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 동안 수차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무산된 검찰은 대법관을 소환조사 함으로 최종적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로 부를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소환조사는 법원의 승인이 필요 없는 임의 소환통보기 때문에 그 동안 제기됐던 법원의 전직 대법관 감싸기 힘들다.

다만 박 전 대법관이 소환에 불응할 시에는 법원의 강제소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법관이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수사팀은 사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판사들 인사자료를 확보해 특정 성향 판사들이 인사에 불이익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수뇌부에 대한 조사 외에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사건 파기환송심에 법원행정처가 직접 개입했는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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