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현대기아차그룹의 10년이 사라졌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글로벌 트렌드 추격에 실패해 위상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에선 하루 한번 꼴로 엔진발화 사고 신고가 접수된다. 국내서도 엔진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던 차가 고속도로 주행 중 엔진발화로 폐차됐다.

차세대 친환경차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기존 경쟁자와  중국에 밀려 맥을 추지못하고 있다. 메이저 메이커 중 유일하게 차차세대인 수소차에 올인하면서 당장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 부문에선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수소충전소 등 국내 인프라 구축에만 천문학적인 나랏 돈과 시간을 때려부어야 할 판이다. 그래봐야 수소차 시장은 전기차에 견주면 마이어 중 마이너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략적 무능으로 현재와 미래, 모두에서 질곡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다.

그룹 기둥인 현대자동차 주가는 21일 기준 9만7800원이다. 2009년 이후 근 10년만에 마지노선이던 10만원이 무너졌다.

2009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해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평가 기간이기도 한 10년의 성과는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81세의 나이로 와병상태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이미 총기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더 이상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대차에서만 연간 45억원이라는 보수를 받으며 회장 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홍보와 대관 작업 등의 핵심 가치는 '기-승-전-정의선 승계'다. 

문재인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 ‘회복세’라며 대규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또 다시 수조원대 혈세가 정몽구-정의선의 현대차그룹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능력 평가나 추락에 대한 책임추궁 따위는 없어도 세금만 때려부으면 현대차, 기아차가 다시 벌떡 일어설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이다.

◆트렌드 못 따라가고, 미래차는 전략 미스

현대차 주가의 10만원 선 붕괴는 우연이 아니다.

정의선 부회장의 최근 행보만 보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가 선명하게 노정된다.

북미시장에서 2014년 전체 차 판매의 50% 수준이던 SUV, 픽업트럭 등 경트럭  판매량은  최근 70% 수준까지 솟구쳤다. SUV 열풍 때문이다.

글로벌 메이저들은 기존 주력이던 세단 생산량을 줄이고 SUV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미국 내 SUV 매출 비중은 36% 수준이다. GM의 SUV 판매비중은 76%다. 미국 자동차 업계 평균 SUV 판매 비중은 63%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미국 시장에 SUV 3종을 출시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변명은 “방심했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 대응은 어떨까?

독일·미국·일본 등 기존 메이저들과 중국 등은 전기차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테슬라는 고급세단 모델S에 이어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내놓으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이후 테슬라의 반값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5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볼보는 2021년까지 전기차 5종을 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석유 연료를 이용한 차량 생산을 종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는 연료전지차, 즉 수소전기차에 필이 꼽혀 있다.

올해 1~10월 국내서 판매된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는 9만4696대다. 이에 비해 수소전기차는 444대로 국내서도 시장 차이는 극명하다.

수소차에 개발역량을 분산하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선 글로벌 메이저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만 정부 보조금과 기존 독점적인 영업망에 의존해 '골목대장'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특히 관심을 쓴다는 자율주행차 영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특허분석전문 기업 ‘리절트’에 의뢰해 발표한 올해 7월 기준 ‘자율주행 특허경쟁력 랭킹’에서 현대차는 35위에 머물렀다.

구글의 웨이모, 도요타 등 선두기업과 비교해 자율주행 특허 개수가 두 배 이상 차이 났다. 경쟁력 부문 점수는 20배 넘게 벌어졌다.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교라는 일개 대학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이 평가한 현대차의 자율주행은 대학 연구소 수준인 셈이다.

자동차 품질은 근래들어 현대기아차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기아차의 세타2 엔진 리콜에 대한 적정성 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결과에 따라선 현대기아차그룹은 막대한 리콜 비용 및 벌금과 함께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사기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리콜비용은 최대 8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도중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과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도중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과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청와대

◆ 경영실패 책임추궁은 없고 또 '혈세 링거'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정의선 현대차'를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평가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회복세를 언급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도 지시했다.

정몽구-정의선 체제의 경영 잘못에 대한 평가와 책임추궁도 없이 다시 혈세를 쏟아붇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필이 꼽혀있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310곳  새로 만들고 수소차 1만6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4월말 민간기업들과 손잡고 수소 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수소차 기반조성과 산업육성 등의 관련 법률을 정비하기 위해 수소경제법도 발의됐다.

올해 190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4200억원, 2020~2022년 2조원을 투자해 수소차 생산공장 증설, 연료전지 스택공장 증설 등을 추진한다.

국회에서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국내 최강 대관 능력을 가졌다는 현대차의 대 정부, 대 국회 로비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혈세 2조원의 최대 수혜자는 수소차 산업의 유일 정점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소충전소 설치비용은 전기차 충전소보다  60배 이상 든다.

정몽구-정의선 현대차는 10조원을 초고층 사옥 부지 구입에 투입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전기차에 올인할 때 였다.

"현대차가 한전부지에 쏟아부은 10조원중 10분의 1만 기부하는 셈 치고 서울시내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깔았다면 서울은 지금쯤 글로벌 전기차 테스트베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탄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밀어주기와 혈세 투입으로 현대차그룹이 '잃어버린 10년'을 메우고 다시 글로벌 메이저로 재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 정부 일각에선 수소전기차 마저 실패하면 현대차그룹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한다.

앞으로 현대차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될 혈세는 2조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몽구-정의선 체제를 그대로 놔두고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장경제 논리와 모순된다.

지난 9월 29일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22억원의 벌금과 함께 이사회 의장직에서 쫒겨났다.

더 나은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미국 정부와 테슬라의 고육책이었다.

모델3 생산차질이 핵심 이유였다. 계약금 내고 출고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것이다.

이 정도 경영실패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 시장경제체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입으로는 재벌 낙수론을 비판하면서도 실제 정책은 전임 보수 정권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드러난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추궁도 없이 또다시 맹목적 혈세투입만으로 정몽구-정의선 체제의 수명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그 돈으로 전국 곳곳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조밀히 세우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 전에 대한민국은 전기차 천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무수한 고용창출과 신규 수출역군의 탄생은 당연한 부수 성과로 따라올 것이다.

어느새 전기차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우뚝 선 중국도 5년여 전 전국 방방곡곡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 작업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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