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동시에 발부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은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결국 피수감자 처지가 됐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게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까지 적용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이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관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 청와대정무비서관 등 3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성창호 판사의 동료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는 조의연 부장판사가 발부했었다.

이로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남은 의혹 대상자는 박근혜 대통령 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시44분께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밝힌 점은 특히 의미가 높다는 평이 나온다.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의례적으로 적시되는 표현이긴 하지만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성창호 부장판사의 '범죄사실 소명' 적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최종 목표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수사에 큰 차질이 예상됐다.

하지만 성창호 판사의 영장 발부로 특검은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비장을 카드를 검어쥐게 됐다. 특검이 박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다시 회복했다.

박 대통령 측에선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으로 특검 수사에 저항할 수 있는 명분이 잠시 생겼으나, 성창호 판사의 영장 발부로 다시 그나마 명분마저 잃게 됐다.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성공리'에 마무리하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비롯해 뇌물관련 부분 수사도 다시 급물살을 탈 수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입장에선 조의연 판사와 성창호 판사라는 서울중앙지법 두명의 영장담당 판사 덕분에 이틀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거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한 인사들,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시국선언에 동참한 인사 등 1만명 달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주무부처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각종 제재와 지원중단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윤선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6월∼2015년 5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 또는 협의에 의해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장관은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명단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있다.
 
성창호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로 조윤선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로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성창호 판사의 영장 발주 이전 부터 조윤선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공언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조 장관도 금명간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부실 대응으로 각계 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내려보내 집행하도록 했다고 본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물은 초기엔 수백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무분별하게 규모가 커져 대상자가 1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 시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영화배우 송강호·김혜수·하지원,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 등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 전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압박 여론은 극에 달했다.

지난 19일 조의연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격앙된 여론이 조 판사의 같은 방 직장 동료판사인 성창호 부장판사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조의연, 성창호, 한정석 등 3명의 판사가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등 각종 영장 발부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내티즌들 사이에서는 성창호 판사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하면 조의연 판사와 성창호 판사를 대상으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성창호 판사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경우 구속영장은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왔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이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등이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창호 판사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할 것이 명백하다고 확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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