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자료사진

[포쓰저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재판거래와 사법행정권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불러나와 조사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을 1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수사는 지난해 6월18일 개시 이후 7개월만에 정점을 찍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9월 사법부 수장에 임명돼 2017년 9월까지 재임했다.

소환조사 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기소될 당시 그의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30여 개 혐의와 관련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와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관심 재판'을 정권의 입맛대로 처리해주고,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농단의 최상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의 주변 수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할 혐의내용을 사실상 확정하고, 최종 마무리 단계로 공개 소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출두하더라도 혐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공범'으로 지목한 법원행정처 간부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로 지목한 것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거래'다.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 등 당시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물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법률사무소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의 관련 혐의를 구체화한 상태다.  

김기춘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2013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삼청동 공관에 법원행정처장(2013년 차한성·2014년 박병대)과 윤병세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불러 징용 사건 재상고 소송 진행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고법 판결이 난 후  피고인 전범기업이 다시 재상고된 터여서  통상적이었다면 심리불속행 기각 등으로 조기에 원고인 징용 피해자의 승소로 종결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기춘 회동' 이후 대법원은 극히 이례적으로 징용 재판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재상고심 재판 지연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 송무팀 한모 변호사를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최소한 세번 만나 직접 강제징용 재판 처리 방향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거래'는 기수에 이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강제징용 재상고심 재판은 박근혜 정부의 뜻대로 특별한 이유없이 하염없이 지연됐다.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퇴직 이후인 지난해 10월, 재상고 5년여만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미 고령이던 원고들은 대부분 사망한 상태였다.

이외에도 ▲상고법원과 정권 비판 판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 비위 법관 비호를 위한 영장정보 유출 등 부당한 조직보호 ▲각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도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주요 혐의 내용이다. 

지난달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검찰수사도 이어진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뒤 이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신병처리를 묶어서 일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