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자료사진

[포쓰저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전·현직 대법원장 출신 인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첫 사례다.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됐다. 고영한 (64) 전 법원행정처장은 구속영장 재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18일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혐의가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하고,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불구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 등으로 미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은 이번 사태의 최종적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법관에 대한 부당한 사찰, 헌법재판소 비밀수집 및 누설, 헌재 견제를 위한 재판개입 등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핵심 범죄행위를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전했다.

검찰은 이날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구속영장 기각 이후 기각 사유인 공모관계와 관련해 영장판사가 지적한 부분을 깊이 분석하고, 취지에 맞게 추가조사 통해서 충실히 보완했다. 혐의의 중대성, 영장기각 이후의 추가 수사내용, 추가로 규명된 새로운 범죄혐의 등을 감안할 때 영장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여러 가지 검토 결과 고 전 차장은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한 부분이 있는 점, 상대적으로 박 전 차장과 비교해 관여 정도와 기간에 차이가 있는 점, 영장기각 이후 보완수사 등을 감안할 때 재청구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첫 소환조사 이후 전날까지 모두 5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첫 조사 때부터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2017년 9월 대법원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재판거래'와 '문제 법관' 불이익 인사, '비자금 조성' 등 불법적 조치들을 직접 지시하거나 관련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개별 범죄 혐의는 40여 개에 달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문제 법관 대상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3억5천만원 비자금 전용 등 지금까지 제기된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연루돼 있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고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를 심사할 재판부는 21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가 23일 또는 24일 열린다고 가정할 경우 구속 여부는 다음주 후반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5명인데, 이 중 박범석(46ㆍ사법연수원 26기)ㆍ이언학(52ㆍ27기)ㆍ허경호(45ㆍ27기)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근무 등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원장과 직ㆍ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런 면에서 임민성(49ㆍ28기)ㆍ명재권(53ㆍ27기) 부장판사는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전산배당 원칙이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로 보고  이 두 판사에게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영장 심사를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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