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전국 경제투어 4번째로 울산을 방문해 정부의 수소경제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전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며 수소차 넥소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전국 경제투어 4번째로 울산을 방문해 정부의 수소경제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전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며 수소차 넥쏘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포쓰저널]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동력 중 하나로 선택해 수소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주력해야한다는 국내 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를 제외한 LG, SK, 삼성, 포스코 등 대다수 국내 대기업들도 수소차는 계획에 없으며 전기차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수소차의 경우 가성비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당장은 수출 시장도 극히 협소하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전기차에 대한 파격적 육성을 주문했다.

주로 개인 일상사를 소재로 SNS 글을 써온 박용만 회장이 전기차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박용만 회장은 우리나라가 전기차 보급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고 관련 산업기반도 이미 다 갖춰져 있는데 전기차 개발 보급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우선 서울에 인구 4분의 1일 밀집해 있고 지방도 도시의 집중도가 높아서 차량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다. 전기차로도 충분하다"며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보급하기에 용이하게 돼 있다"고 적었다.

이어 "전기 요금이 세계에서 제일 싼 나라중 하나로 운전자 입장에서도 경제성이 좋을 수 밖에 없다"며 "배터리, 전자부품 등 산업기반이 빠짐없이 이미 갖춰져 있어 제조업의 활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훨씬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는데 전기차의 개발 보급에 있어서는 덜 적극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 산업을 일으킨다는 관점에서 파격적인 육성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글을 맺었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페이스북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페이스북

포스코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도 최근 2018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초부터 전기차 전담팀을 만들어 영업차원에서 전기차 개발회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나 수소전기차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부사장은 "요즘 수소경제 얘기가 나오는데, 수소경제가 되고 소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공급망이 구축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쉽지 않다"며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중 전기차 일반화가 더 빠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일단 전기차가 먼저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고 수소전기차는 그 다음 궁극적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위원과 윤자영 연구원은 '구미(歐美)의 미래차 주도권 확보 경쟁 가속화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화와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배터리 전기차 양산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수소전기차 누적판매는 지난해까지 1만대에 불과하다"며 "수소전기차 수요는 2030년 전세계 신차 판매의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기동력, 자율주행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두산과 포스코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을 확대하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만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를 고집하며 '나홀로' 마이웨이를 가고 있는 이유는 왜 일까.

업계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현대차의 경우 수소연료전지는 관계사인 현대모비스에 자체 생산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며 수소차를 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수소차를 밀고 있는 것은 사실 큰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는 현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전기차에 힘을 실을수록 LG를 키워주는 구조다. LG전자나 삼성SDI가 전장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여차하면 LG나 삼성이 전기차 생산에 직접 뛰어 들어 현대차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2014년 이후 전기차 육성책으로 현재 전기차 생산업체만 50여개에 달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530만대 수준으로 2020년 860만대, 2025년 238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22년까지 100종이 넘는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약 3만2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2011년 338대 보급 이후 누적 5만7000대가 운행중이다.

수소차는 현대차외에 도요타, 혼다 등 3개 업체가 경쟁중으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전 세계에서 약 1만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선 지난해 575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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