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학생들 걸어서 30분 거리 인근 중학교로 원정 등교
주민들 "분양 당시 현산이 단지 내 중학교 설립 버젓이 광고"
현산 "교육청이 인허가 불허", 교육청 "학생 수 부족" 나몰라라

지난 25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 300여명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애초 약속했던 중학교 용도 부지를 수원시에 기부채납하라고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입주민들이 '정몽규는 각성하고 학교설립 이행하라', '사기분양 왠말이냐 기부채납 이행하라' 등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제보사진.
지난 25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 300여명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애초 약속했던 중학교 용도 부지를 수원시에 기부채납하라고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입주민들이 '정몽규는 각성하고 학교설립 이행하라', '사기분양 왠말이냐 기부채납 이행하라' 등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제보사진.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7000여 세대 대단지 아파트인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이 시행·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단지 내 중학교 건립을 위한 부지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학교 설립과 관련해 현산을 상대로 허위광고 등을 이유로 한 집단소송도 추진 중이다.

입주민들은 분양 홍보 당시 단지 내 학교 설립을 내세웠다면 학생 수요예측을 제대로 해서 고지했어야 하고, 광고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허위광고이자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와 관할 교육당국은 책임을 미루며 '나몰라라' 태도로 일관해 주민들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

회사 측은 중학교 설립유무는 관할 관청인 수원시 교육청에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책임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학교 인허가 관청인 수원교육지원청은 학생 수요가 미비해 중학교를 추가로 설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27일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 및 마을교육공동체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는 “현산이 분양 당시 홍보했던 중학교 건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산 관계자를 만났는데, 수원교육지원청이나 경기도교육청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 중학교를 설립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설립 예정부지는 작년 공시지가 기준 약 220억원 규모의 노른자 땅”이라며 “현산은 분양을 위한 마케팅으로 학교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부지를 비싸게 팔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입주민들은 단지 내 학교가 들어설 줄 알고 분양 받았고, 현산은 이곳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며 “개발 이익 환수차원에서 현산이 해당 부지를 수원시에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 추진위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학교 예정지인 권선동 1339번지의 용도가 상업용으로 변경될 경우를 대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행사인 현산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산이 학교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변경을 시도할 경우 허위·과대 분양광고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아이파크시티는 현산이 자체시행한 사업이다. 토지매입, 인허가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시행사는 분양 당시 광고한 학교 설립을 위한 인허가 등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

아이파크 분양당시 홍보책자에는 수원아이파크시티 7단지 인근 곡정고등학교 옆 부지에 중학교가 설립된 모습으로 조감도가 안내돼 있다./제보사진.
아이파크 분양당시 홍보책자에는 수원아이파크시티 7단지 인근 곡정고등학교 옆 부지에 중학교가 설립된 모습으로 조감도가 안내돼 있다./제보사진.

추진위에 따르면 현산은 분양 홍보 당시 교육시설로 사업지 내에 초등학교 2곳,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조성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단지 내에는 곡정초등학교와 곡정고등학교 2곳만 설립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곡정초등학교 설립 당시 학생수요를 잘못 파악해 한차례 학교 건물을 증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 시설이 충분치 않다”며 “운동장이 협소해 3~4년째 학생 체육대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이들이 급식을 먹기 위해 3교대 로테이션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 인원이 많아 학교 방과후 학습활동에 당첨돼 수업을 듣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단지 내 중학생들은 인근 곡반중학교와 화홍중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7단지 기준 중학교까지 거리는 약 1.8km가량으로 도보로 30분, 대중교통으로 약 15분가량 소요된다.

추진위는 해당 지역 인근의 초등학교가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해 학교용도 부지에 초·중 통합학교를 설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중학교를 설립할지는 수원시가 결정할 문제로 현산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 인허가 관청인 수원교육지원청은 학생 수요가 미비해 중학교를 추가로 설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원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 학생배치팀 관계자는 “애초 시행사에 단지 내 중학교 설립을 허가한 적은 없다”며 “수원아이파크시티가 개발될 당시에도 중학교는 학생수요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학교 설립계획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당시 주변환경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설립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유보지로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시행사가 교육청과 합의한 것은 1곳”이라며 “시행사가 초등학교 2곳으로 협의할 수 있겠느냐고 했지만 개발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분양 관계자들이 단지 내 학교가 들어선다고 얘기하면서 고등학교 예정지 바로 옆이 학교부지라고 했다”며 “이곳에도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해 당연히 중학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