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자료사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자료사진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지난 20일 2차 테스트를 마치고 상반기 출시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리마스터’가 유저 유입의 계기가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나친 과금을 요구하며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리니지가 새롭게 탈바꿈 하더라도 신규·복귀 유저들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18년째 리니지를 해온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신규·복귀 유저가 새롭게 리니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월 평균 45만원의 금액을 엔씨소프트에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리니지 게임 내에서 ‘보통’의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최소 현금 4500만원은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의 유저 중에서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했다는 유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엔시소프트는 리니지 리마스터에 콘텐츠 보강보다는 과금을 통한 유저간의 경쟁구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3000만원 호가하는 일부 정상급 아이템도 추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리니지, 악명높은 '과금'은 그대로

리니지는 1998년 9월 출시돼 20년째 엔씨소프트 PC게임 부문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14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위 아이온의 매출 634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리니지는 2017년 기준 연 매출 3750억원에서 급격한 하락세다.

이미 20년이 지난 게임이고 최근에는 스팀, 오리진, 블리자드 등의 여러 플랫폼을 통해 추가적인 과금없이 충분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리니지 유저 이탈에 한몫했다.

일부 리니지 충성 유저들은 이미 게임 내에서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인원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나머지 90%는 오토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내 화폐인 ‘아데나’를 모아서 판매하는 장사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29일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주력 게임인 리니지 출시 20주년을 맞아 그래픽과 유저인터페이스 등이 새롭게 개편된 리니지 리마스터를 공개했다.

지난 20일까지 2차 테스트를 마친 후 현재는 유료 사용자를 위한 테스트 서버를 구동 중이다. 일반 서버에는 리니지 리마스터 적용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리니지 리마스터는 혁신적인 그래픽 변화와 함께 장시간 반복 사냥을 해야 했던 리니지의 피로를 덜기 위해 자동사냥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

하지만 악명 높은 리니지의 과금 체계는 개선하지 않았다. 그래픽과 자동사냥 프로그램만으로 신규·복귀 유저를 잡겠다는 엔씨소프트의 전략에 대다수의 유저들은 고개를 젓는다.

리니지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 모두가 1회용이나 시간제 아이템으로 주기적으로 구매해줘야 한다. /사진=리니지 홈페이지 캡쳐
리니지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 모두가 1회용이나 시간제 아이템으로 주기적으로 구매해줘야 한다. /사진=리니지 홈페이지 캡쳐

◆월 최소 45만원, '보통' 위해선 4500만원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리니지 전문 BJ ‘태산군주’는 지난 23일 ‘리니지의 현 실태, 리마스터 신규&복귀자의 진입장벽, 그래도 하고 싶으면 꼭 하세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태산군주는 우선 리니지 내에서 추가적인 현금거래를 제외하고라도 평범한 ‘전투’를 즐기기 위해서는 월 최소 45만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니지는 월 2만97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다. 하지만 해당 이용권 구매에서부터 월간 무제한 사용 이용권과 월간 300시간 사용 이용권이 갈린다.

월간 300시간 이용권은 무제한 사용권보다 더 나은 ‘버프’를 제공하기 때문에 리니지 유저들은 월 300시간 이용권을 월 2회 계산해서 게임을 플레이 한다.

즉 게임을 실행하는 데에만 월 5만9400원이 필요하다. 최근 각종 플랫폼에서 출시된 인기 게임들의 가격이 6만원을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20년 된 게임의 이용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 ‘전투 강화 주문서’, ‘성장의 물약’ 등의 추가적인 버프를 구입하면 리니지 내 전투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월 45만원이 필요하다고 태산군주는 말한다.

리니지 내에서 빠른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버프인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등을 추가 구입하면 단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금액은 45만원에서 크게 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마스터 2차 테스트 유저들에게 +9무기와 +5이상의 방어구와 함께 엔씨소프트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유료 악세사리를 제공했다.

태산군주는 이는 현재 리니지 유저들 사이에서는 보통에 해당하는 장비로 현금으로 치면 최소한 45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신규 유저가 리니지를 접하고 보통 수준으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현금 4500만원과 월 최소 45만원의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산군주는 해당 동영상에서 “전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사냥만 한다면 3만원이면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평균 수준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하니 신규·복귀 유저들은 잘 생각해보라. 추가적인 아이템을 구매하면 1억원을 넘어선다”며 리니지의 높은 진입장벽을 다시 강조했다.

리니지 리마스터의 기존 서버 적용과 함께 신규 서버가 등장하면 엔씨소프트 측에서 또 다시 '랜덤박스' 형태의 유료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리니지M의 경우 랜덤박스 형식의 아이템 지급 상자인 '드래곤의 고급 다이아몬드 상자'를 구입해 최고등급의 아이템인 '섬멸자의 체인소드'가 나올 확률은 0.00028%다.

상자 1개의 가격을 현금 3만3000원(게임 내 다이아몬드 1200개)으로 계산하면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17억8571만원이다. 확률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사용했다고 해서 장비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리니지M의 강화 확률 등이 리니지를 계승했기 때문에 리니지 리마스터 출시 이후 해당 수준의 유료 아이템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 내 현금 거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니지는 지난해 리니지 리마스터를 출시하며 더욱 뛰어난 무기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 중인 리니지 게임 내 최고가 아이템 중 하나인 '진명황의 집행검'은 금액이 3000만원을 넘어선다. 

리니지 관계자는 "진명황의 집행검의 위엄이 예전에 비해 많이 퇴색됐다"며 "추가적인 전설 무기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현금 거래를 통해 게임 플레이를 유지해온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설무기의 등장으로 또 다시 현금거래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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