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이재용-최지성 등과 '국정농단' 상고심 재판중
박재완, 장충기와 부산고-서울상대 동문...홍준표 '돼지발정제'와도 연관
"박재완 사외이사 재추천은 국정농단 주역들 여전히 삼성 장악 의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삼성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충기 문자'에 등장한 박재완(64)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에 재 선임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이 국정농단 세력들과 관계를 끊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되레 구 적폐세력의 온상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박재완 씨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회의 추천으로 박 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박재완씨는 이재용 부회장 등 11명의 사내·외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의 추천으로 김한조씨와 함께 2명의 감사위원 후보로도 처음 올랐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상훈 이사회 의장,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내대표이사와 박재완씨를 비롯해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김선욱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등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되는 송광수, 이인호씨 후임으로는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가 추천됐다. 사외이사 6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자격도 갖는다.

박재완씨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2016년부터 임기 3년의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 2017년 8월부터는 롯데쇼핑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외이사 6명에게 지급된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3700만원이다.

박재완씨는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고 지난해 8차례의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이사회 안건에 대해 단 한차례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았다. '거수기' 역할만 함 셈이다.

박씨는 특히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는 '호형호제' 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재완씨가 서울대 경제학과 73학번, 장충기 사장이 무역학과 72학번으로 둘은 부산고-서울대 상대 동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같은 하숙집에서 생활하며 박씨는 장씨를 '형'이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장충기씨가 만든 서울대 운동권 서클인 국제경제연구회의 2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박씨는 '장충기 문자'에서 장씨에게 수시로 골프장 표 예약을 부탁한 것은 물론, 지인의 추천서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박재완씨는 노동부 장관 시절인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삼성이 지난해 11월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진정성이 의심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씨는 2017년 4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문제가 된 자서전에 실린 '돼지발정제' 발언에서도 함께 언급돼 회자되기도 했다.

박재완씨는 또 1996년부터는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학교 교수(국정관리대학원장)도 맡고 있다.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이 장충기씨의 도움으로 미주개발은행이 주관하는 사업의 운영자로 선정됐다며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미지=뉴스타파 캡처.
/이미지=뉴스타파 캡처.

권력의 중심에서 장충기씨를 연결고리로, 지속적으로 삼성의 우군을 자처하며 삼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2008~2010), 고용노동부장관(2010~2011), 기획재정부 장관(2011~2016) 등을 지냈다.

삼성전자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는 국정농단 때도 지금도 이사회 결정에 반대의견을 전혀 내지 않는 등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다"며 "국정농단 주역 중 한명인 장충기의 최측근인 박재완을 다시 사외이사로 재추천하는 것은 삼성이 장충기로 상징되는 적폐세력을 온존시키는 의미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박재완씨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정책기획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합리적 시각으로 경영을 감독할 것으로 보고 재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뉴스타파 캡처
/이미지=뉴스타파 캡처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주총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이사 임기는 올해 10월26일까지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재선임이 논란이 될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구체적인 뇌물액이 얼마인지 다시 판단하고 있다.

2심 결과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36억원을 줬지만 박 전 대통령측은 70억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돼 한쪽에 대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집행유예 상태인 부회장의 형량도 바뀔 여지가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액이 70억원이나 그 이상으로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다시 구속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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