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법적 주소지는 양평군 양수리 19평 허름한 단독주택
선친 불법묘지와 같은 지번...매년 500만원 이행강제금 납부
"돈이면 다된다는 특권의식"지적...양평군 "현장조사 해보겠다"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정몽규 회장의 집. 약 19평(63.24m²) 규모의 단층 주택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정몽규 회장의 주민등록상 거처. 약 19평(63.24m²) 규모의 단층 주택이다./사진=오경선 기자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댐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법적 주소지 상으로는 그렇다.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정 회장의 집은 약 19평(63.24m²) 규모의 단층 건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 집터를 포함해 인근 토지 약 5400평(17910m²)의 소유권자기도 하다.

해당 토지 지목(地目)은 과수원. 실제로는 묘지로 구성돼 있다. 정 회장의 선친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안장된  묘다.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는 불법으로 조성됐다. 이 사실은 약 5년전 이미 알려졌지만, 묘지 이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이 법적 주소지를 양수리로 해 놓은 것도 이 묘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2005년 주소지를 이곳으로 이전한 이후 14년째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이곳에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법 상 이른바 '위장전입' 상태다.

정몽규 회장의 집 내부에서는 사람이 거주하는 형태를 찾아볼 수 없었다.
12일 촬영한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내부. 냉장고가 덩그러니 있지만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사진=오경선 기자

해당 지자체에게 법적 문제가 없는 지 문의하자 담당 공무원은 "현장조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양평군청 주민등록담당 관계자는 13일 “1년 중 최소 30일 미만 거주할 경우 위장전입으로 보고 거주 불명으로 직권 조치한다”며 “취사·가재도구, 침구류 등의 존재 여부와 전기·수도 사용, 우편물 수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사실조사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은 관리가 되지 않아 외벽에 심하게 금이 가 있고, 외부 충격 등으로 파손된 곳도 있었다. 

건물 외벽을 따라 넝쿨이 우거져 뒷문은 사용하기 힘들 정도다.

시멘트 등으로 벽을 지어놓은 건물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놓은 구조다.

건물 내부는 장판도 없는 시멘트바닥이다. 가스렌지 등 가재도구는 보이지 않고, 전기코드가 뽑힌 냉장고 한 대가 싱크대 앞 위치해 있다. 낮은 접이식 사다리도 부엌에 놓여있다.

입구 좌측 방에서도 침대, 침구류 등 주거에 필요한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등록법상 위장전입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통상 10만원 정도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는 고(故) 정세영 회장의 묘지가 조성돼 있다.
묘지는 앞쪽으로 북한산 하류가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에 위치해 있다.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 조성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 묘 앞쪽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불법 묘지다. /사진=오경선 기자

연봉으로 매년 약 25억원을 수령해가는 정몽규 회장이 14년 째 허름한 주택을 주소지로 등록한 것은 부친인 고 정세영 회장의 묘지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 묘지 위치는 1천만 서울시민의 식수를 제공하는 팔당댐 인근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일반인은 장지(葬地)를 조성할 수 없다. 다만 일정 조건을 갖춘 원주민은 묘지를 조성할 수 있는데, 정 회장이 부친의 묘를 쓴 2005년 이후 이곳을 법적 주소지로 둔 것도 이런 원주민 특례 규정을 의식한 조치로 짐작된다.

검찰은 2015년 이 묘지 조성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을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상수원보호구역 행위제한 위반 혐의로 조사해 약식 기소했다. 양평군청은 묘지 이전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후에도 정 회장은 이를 모두 무시하고 예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해당 토지 지목(地目)은 과수원이지만, 실제로는 묘지를 위한 조경이 만들어져 있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 묘지의 지목(地目)은 과수원이지만, 실제로는 묘지를 위한 조경이 만들어져 있다./사진=오경선 기자

대신, 정 회장은 매년 5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다.

양평군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정몽규씨가 정세영씨의 묘지 이전 명령을 미이행해, 정 씨에게 2017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묘지 이전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은 "돈이면 다 된다는 재벌 특유의 특권의식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HDC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님이 직접 매년 1차례 5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며 “이 밖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해당 구역은 수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묘지를 구성하는 것은 수질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해당돼 금지되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강제로 묘지를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법원에서 이장 명령을 받아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묘지라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이도 실현성은 떨어진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상 묘지설치제한지역으로, 정몽규씨가 정식으로 묘지 설치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땅”이라면서도 “(이미 묘지가 조성돼)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공무원 권한으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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