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인간의 '눈썰미'와 유사한 능력을 발휘하며 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 두 대의 로봇이 상대 로봇이 하는 일을 감안해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수행하는 수준까지 지능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종전 산업용, 가정용 로봇들은 인지능력에 차이가 있긴하지만 대부분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수준이었다.

19일 싱가포르 난양공대 기계항공공학과 쿠앙쿠옹 팜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로봇 두대가 이케아 의자를 조립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난양공대가 이날 누리집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팜 교수팀은 일본 덴소 로보틱스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팔 2기를 이용해 가구회사 이케아가 판매하는 나무의자를 조립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난양공대측은 보도자료에서“이번 의자조립 실험에서는 직접 짠 소프트웨어로 로봇팔을 작동시켰지만 향후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완전히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목공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두 대의 로봇이 사람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사람 손으로도 하기 힘든 목재 가구를 조립을 각자의 역할 분담에 따라 착착 진행한다. 두 대 로봇팔은 숙련된 목수처럼 한 대는 의자 부품을 잡아주고 다른 한 대는 볼트를 조이는 등 팀워크를 이뤄 의자를 조립해 나갔다. 

두 로봇은 이런 방식으로 20분 19초 만에 의자 하나를 성공적으로 조립했다. 11분 21초는 조립에, 8분 55초는 부품을 찾아 집는데 소요됐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보다 조립시간이 훨씬 빠른 편이다. 

팜 교수팀은 일반 산업용 로봇팔과 그리퍼(집게), 힘 감지 센서, 입체(3D) 카메라를 이용해 이번 로봇을 제작했다고 난양공대측은 밝혔다.

연구진이 사용한 로봇은 본디 자동차 조립과 항공기 제작 등에 사용되던 산업용 로봇팔이다. 목수의 눈 역할을 하는 입체 카메라가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부품을 인식하면 로봇팔에 설치된 힘 감지 센서가 재질에 맞게 힘을 가해 부품을 집어 올린다. 
로봇팔은 또 핀이 알맞은 구멍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자를 잡고 확인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난양공대의 이번 성과는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과 손재주가 필요한 영역까지 활동 무대를 확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로봇이 의자를 조립한 일은 언뜻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나타났듯이 서로 협업할 부분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해야할 작업을 판단해 정확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기존 로봇과는 한차원 높은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상이나 의자 같은 목재 가구는 각 부분마다 조립 방식이 다르고 일부는 민감한 힘을 주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인간에겐 눈썰미와 손재주로 힘을 조절하고 물건을 옮기는 능력이 있지만 지금까지 로봇은 아직 이런 '감감적'인 부분까지 따라하진 못했다. 

팜 교수 논문을 개제한 '사이언스 로보틱스'측은 "이번 연구를 통해 로봇이 무작위로 흩어진 부품에서 정확한 부품을 식별하고 여러 대 로봇팔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협동하는 기술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 /출처=난양공대 휴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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