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메인 상추. 미국에서 대장균 이콜라이에 오염된 로메인 상추를 섭취한 시민 1명이 사망하면서 '상추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역학 당국은 오염 상추의 유통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추 등의 유통에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면 이런 경우 오염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사진=픽사베이

[포쓰저널=김현주 기자] 미국에서 지금 시민들 사이에 최고 관심거리는 북핵이나 김정은이 아니다. 상추다. 정확히는 '로메인상추'라는 이름의 채소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상추의 일종인데, 한달여 전부터 미국 곳곳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독이 든 상추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로메인상추를 먹은 수십명이 오염증상을 보여 병원에 실려갔고, 일부에서는 급성 신부전 증세까지 나타났다. 

대장균은 일반적으론  인체에 직접적인 해가 없지만 이번 로메인상추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장 출혈성 대장균 '이콜라이 O157:H7'는 2~8일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구토와 함께 피가 섞인 설사가 나오는 등 심각한 증세를 유발한다. '이콜라이0157:H7'이 체내에서 생성하는 쉬가독소(Shiga toxin) 때문인데, 쉬가독소가 일정수준 이상 형성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오염 상추'가 어디서 생산돼 어떤 경로를 거쳐 얼마나 시중에 풀렸는 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2일(현지시간) 로메인 상추를 섭취한  미국민 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인들의  '상추 공포'는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로메인 상추를 먹고 병원성 대장균(이콜라이·E.Coli)에 감염된 환자가 미 전역서 121명에 달한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한 주민이 오염된 로메인 상추를 먹고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야채를 먹고 중독증세를 보인 첫 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3월말이다.  역학조사에 나선 CDC는 이콜라이에 오염된 로메인 상추를 주범으로 찍었다. 환자가 생으로 섭취한 채소와 과일 중 로메인상추에서 대장균, 즉 이콜라이가 발견됐다는 것.    
    
이후 유사한 중독 환자가 속출했다. CDC에는 121명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이  중 절반 정도인 52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14명은  급성신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악화됐다.  
    
CDC의 임기응변식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환자가 속출하자 처음에는  '미리 썰어 판매되는 로메인 상추 포장제품'을 마트 등에서 모두  폐기토록 했다가, 추가 피해사례가 발생하자 이번엔 아예 '모든 유형의 로메인 상추 섭취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세계 최고의 방역시스템을 자랑하는 CDC가 '로메인상추' 파동에 허겁지겁하는 것은 상추 등 농산물의 미국 내 유통경로가 워낙 복잡해 오염의 근원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유통되는 상추를 비롯한 녹색 채소의 90% 이상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주에서 재배된다.  
    
CDC는  오염 상추 재배지로 애리조나주 유마의 한 농장을 찍었다. 하지만 대장균 오염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 지, 이 농장 외에 추가적인 오염 상추 생산농가가 더 있는 지 등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CDC는 현재 20여 개의 이상의  농장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채소 등 신선식품의 유통경로를 보다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의 경우 불가역적 분산원장 기록으로 생산지부터 식탁까지, 유통경로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오염원 파악이 한결 쉬워질 뿐더러  폐기 대상도 오염된 상품으로 한정할 수있어 파동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번 CDC 처럼 '상추를 아예 먹지마라'는 등 '무식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알리바바는 호주와 뉴질랜드 농축산품 회사들과 협업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식료품의 유통경로 추적 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쇼핑몰인 티몰에서 실행에 나섰다. 제품에 부착된 블록체인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해당 제품의 원산지부터 판매대 진열까지 전 유통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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