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타계했다. 향년 73세. 사진은 2013년 7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 참석한 구본무 회장./ LG 제공

[포쓰저널=이예진 기자] 구본무 LG그룹의 회장이 20일 타계하면서 LG그룹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40·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를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LG그룹은 당시 구광모 상무의 (주)LG 사내이사 내정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가 구본무 회장을 이을 후계자임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LG가는 구인회-구자경 회장 때 부터 ‘70세 퇴진’과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친자로는 딸만 둔 구본무 회장이 동생인 구본능(69)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를 입양한 것도 이런 가내 훈에 따른 것이란 전언이다.

구 상무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4남 2녀 중 차남인 구본능 회장의 외아들로 구본무 회장의 조카다.  2004년 구연수, 구연경 씨 등 딸만 두 명을 둔 구본무 회장의 장남으로 입적됐다.

구광모 상무는 LG전자 입사 9년만인 2015년 상무로 진급하면서 사실상 LG그룹 4세 승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신성장 사업의 한 축인 정보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구 상무가 삼촌인 구본준(67) 부회장 등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구본무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LG그룹 총수로 안착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2013년 구자경(앞줄 오른쪽) 명예회장 미수연(88세 생일)에 참석한 LG그룹 오너 일가. 왼쪽부터 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구광모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LG 제공

올해 마흔으로 아직 경영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데다 승계 자금도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LG그룹 주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 배경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국세청은 LG상사와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LG상사는 구광모 상무의 승계 자금줄인 물류회사 판토스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은 구광모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 일가 일부를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국세청은 판토스에 LG그룹 오너 4세들의 주식 자산이 몰려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토스는 LG상사가 가진 지분이 51%, 구광모 상무(7.5%)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이 19.9%다. 상장을 통해 구광모 상무의 상속세 등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LG상사는 지난 15일 711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LG그룹은 순환출자없이 (주)LG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여서 승계 작업 구도가 단순하다.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는 등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주) LG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증여세만 적법하게 내면 승계가 끝난다.

구광모 상무의 (주)LG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6.24%로 구본무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하지만 구 상무가 승계를 위해 (주)LG의 주식을 살돈을 마련하거나,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상속분의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기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LG의 시가총액은 13조원 안팎이다.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를 그대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7천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구광모 상무는 (주)LG, LG상사, 판토스 등에만 지분을 갖고 있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나 LG화학에는 개인 지분이 없다.

판토스의 경우 LG전자 등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벌어들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막혀 LG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어려워졌다.

구광모 상무는 경영 능력도 입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11월30일 단행된 2018년 LG그룹 임원 인사에선 상무 직함을 단지 3년이 지나 전무 승진이 주목됐지만 승진에서 배제됐다. 

'70세 용퇴룰'을 감안하면 구 상무가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남은 3년 여 임기 동안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주)LG의 이사회는 고 구본무 회장, 하현회 부회장, 김홍기 전무(재경팀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구광모 상무의 (주)LG 사내이사 선임은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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