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기반 대안언론 '시빌'의 생태계. <그래픽=시빌 홈페이지 캡쳐>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국내 언론의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하나를 꼽으라면 대다수의 언론사가 기업 광고에만 사실상 100% 의지하는 언론환경이다.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언론사 간부들이 보낸 문자들만 봐도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기자사회의 위계질서가 더해져 심한 경우 평기자는 기업의 홍보팀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번 작성된 기사가 기업이나 정치권력의 압박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2017년 6월 시작된 시빌(Civil, joincivil.com)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블록체인을 제시했다.

시빌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생태계를 실현했다.

시빌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dApp(디앱, decentralized Application) 서비스로 개발됐다.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적인 개념은 임의 조작이 불가능한 일종의 공공거래장부다. 소위 ‘분산식 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을 사용해 높은 보안성, 투명성, 효율성 등의 장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분산식 원장 기술은 중개기관의 개입을 배제한 탈 중앙화된 정보공유·저장 기술이 특징이다.

이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수만, 수십만대의 컴퓨터가 P2P로 서로 네트워크를 형상해 단 하나의 컴퓨터만 켜져 있어도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저장시스템으로 인해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임의로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또 특정 세력이 서버를 중지시키거나 기사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기업이 광고비 등을 미끼로 기사를 삭제하거나 기사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이로 인해 수정·삭제된 기사는 그 내용이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언론과 기자들의 수익 문제를 두고 시빌은 최근 독창적인 토큰경제를 선보였다.

언론사나 기자가 시빌 위에 뉴스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빌이 발행한 암호화폐인 CVL 토큰을 담보로 걸어야 한다.

이는 무분별한 언론사의 난입을 막기 위한 진입장벽인 셈이다. 뉴스룸을 구성한 암호화폐 소유자 외에 다른 토큰 홀더들은 뉴스룸의 질을 평가하고 적절한 뉴스생산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Challenge’를 할 수 있다.

같은 금액을 담보로 걸고 전체 토큰 홀더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다. 투표에서 승리한 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시빌의 자체적인 저널리즘 윤리 가이드라인(Civil Journalism Ethics Guideline)도 존재해 무분별한 도전과 투표 남용도 저지했다.

이는 시빌이 제시한 토큰경제의 하나일 뿐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적용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은 dApp 등을 통해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내부 가상화폐로 사용하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즉 새로운 토큰경제 순환방식이나 보상방식 등을 추후에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빌의 뉴스룸 생성방식에 스팀잇의 업보트를 도입해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시빌은 DAO(분산자율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형태의 새로운 조직 모델도 연구 중이다.

중개자가 없는 당사자들간의 소통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기자들이 특정 이슈를 두고 협업을 가능케 하는 모델이다.

DAO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계약을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한번 구현된 계약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물론 DAO에 참여한 개인은 기존의 편집국이나 언론사 사주, 임원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협업·기사 작성이 가능하다.

예컨대 시빌의 정책 또는 시스템에 의해 특정 기사에 대한 발행권이 특정 기자나 조직에게 온전히 부여됐다면 DAO 조직에서의 계약을 거스르지 않고는 어떠한 권력도 기사의 발행을 막을 수 없다.

시빌이 완벽한 대안언론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즉 뉴스의 질이나 오보, 광고성 기사 등을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한 데 시빌은 뉴스룸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감시장치 구성에도 고심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의 뉴스포털제휴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조직을 구성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경우 감시위원회 자체가 기자의 독립성에 개입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팀잇과 같이 100% 독자의 판단에만 맡긴 다면 가십성 기사나 연예기사만이 인기 기사로 취급되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분야별 뉴스 편집에 특정 메커니즘이나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국내에서 뉴스제공 서비스를 하고 있는 포털들이 현재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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