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집념으로 한국 소재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독자기술로 세계 1위 달성
민간경제외교관으로 한미FTA∙美 비자면제∙한일기술교류 이끌어
장례식장 신촌세브란스 병원, 내달 2일 영결식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사진=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사진=효성

[포쓰저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2017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지 7년간 만이다.

경기고, 와세다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한 고인은 1966년 동양나이론에서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대표 등을 거쳐 1982년 부친인 조홍제 창업회장에 이어 효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며,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에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강조했으며 그의 집념이 만들어낸 효성의 스판덱스는 현재 글로벌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고(故)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또한 세계 최초 신소재 ‘폴리케톤’의 개발 상용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소재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1980년대 부터 대한배구협회 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강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31·32대)을 지냈다.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와의 경제협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민간 외교부문에서 한미FTA 체결에도 큰 공헌을 했다. 

또한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기여하는 한편, 대일 무역 역조 해소, 한일간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 한국 경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앞장섰다.

이 외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 경제외교 활성화를 견인했고 한국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경영인으로도 손 꼽혀왔다. 겉치레로 격식 차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고, 회장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정에 홀로 움직였다.

중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한 일화도 유명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차남 조현문 미국 변호사, 3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동생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등 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 조석래 회장 주요 이력>
  - 효성그룹 명예회장(2017년~ )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2007년~2011년)
  - 한일경제협회 회장(2005년~2014년)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2005년~2014년)
  - 한일재계회의 위원장(2007년~2011년)
  - 한중재계회의 위원장(2007년~2011년)
  -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2002년~2004년)
  -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년~2009년)
  -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부회장(1999년~2002년)
  - 한강포럼 회장(1995년~1998년)
  -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국위원장(1994년~1999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회(APEC) 비즈니스포럼 한국대표(1994~1996년)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1993년~1997년)
  - 한중경제협회 부회장(1992년)
  - 제26차 PBEC 서울총회 조직위원장(1992년~1993년)
  - 한미경제협회 부회장(1991년~2000년)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1989년~2005년)
  -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1987년~2007년)
  - 효성그룹 회장(1982년)
  - 아시아배구연맹 부회장(1981년)
  - 한․스페인협회 회장(1981년)
  - 대한배구협회 회장(1980년~1983년)
  - 한․덴마크 경제협력위원회 회장(1976년)
 - 효성물산 입사(1966년)
 - 미국 일리노이공대 화학공학 석사(1966년)
 - 일본 와세다대 화학공학과 졸업(1959년)
 - 일본 히비야 고등학교 졸업(1955년)
 - 경기고 입학(1953년)

◯ 주요 수훈사항
  - 서울국제포럼 선정 영산외교인상(2022년)
  - 한미FTA 10주년 기념 공로패(2022년)
  - 미국 일리노이 공대(IIT) 명예공학박사(2013년)
  - 일본 정부 욱일대수장(旭日大綬章) 수훈(2009년)
  - 체육훈장(1982년)
  - 덴마크 Dannerbrog 훈장(1980년)
  - 공장새마을운동 대통령표창(1976년)
  - 동탑산업훈장(1974년)
  -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국제지도자상(2000년)
  - 한국 경영자 대상(1994년)
  - 금탑산업훈장(1987년)
  - 석탑산업훈장(1972년)
- 수출유공 대통령 표창(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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