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 호주 대사 지명자가 2024년 3월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통해 호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MBC 방송 갈무리
이종섭 주 호주 대사 지명자가 2024년 3월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통해 호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MBC 방송 갈무리

 

[포쓰저널]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64) 주호주 대사 지명자(전 국방부장관)가 10일 오후 취재진 등의 눈을 피해 호주로 출국했다.

형사입건된 피의자가 대사로 지명돼 수사 도중 출국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첫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 범죄 혐의자를 외교관 신분으로 만들어 해외 도피시킨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명자는 이날 오후 7시 51분 호주 브리즈번행 대한항공 KE407편을 타고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미엄 체크인 구역에서 이 대사 내정자의 출국 저지를 위해 모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으나 이 대사 내정자의 출국 모습이 포착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4일 이 지명자를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그런데 이 지명자는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따른 공수처 수사로 이미 1월 출국금지 조처된 상태였던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지 시작했다.

이 지명자는 대사 임명 이튿날인 5일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7일에는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4시간 가량 약식 조사를 받았다.

법무부는 8일 곧바로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지명자의 출국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여러 차례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핵심 피의자를 출국시킴으로써 향후 공수처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출국장에 나와 이 지명자 출국을 저지하려 했지만 이 지명자가 다른 통로로 나가는 바람에 무위에 그쳤다. 

홍 원내대표는 이 지명자의 출국 사실이 확인된 뒤 "윤 대통령은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윤 대통령께서 공정과 상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 지명자의) 호주대사 임명을 취소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우리 예상과 다르게 윤 대통령은 해병대 장병 사망사건의 주요 피의자 신분인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키는 것을 오늘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건 명백한 수사 방해"라며 "주요 피의자를 국가 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해외로 도피시키는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 지명자가) 민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지키고 선 오후 5시 이전에 들어간 것인지,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 특혜적으로 들어간 것인지 이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명자의 임명과 출입국 통과 절차 전반에 걸쳐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과 수사방해 등을 공수처에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0 /공동취재연합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0 /공동취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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