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반박에 재반박
'기밀유출' 현중 임원 개입, 제척기간 두고 공방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선보인 KDDX 모형 설계도(상)와 현대중공업이 2019년 자체수행한 KDDX 모형(하)./서일준 의원실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선보인 KDDX 모형 설계도(상)와 현대중공업이 2019년 자체수행한 KDDX 모형(하)./서일준 의원실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 건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일 물고 물리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직원들 뿐아니라 고위 임원도 연루된 것이 확실한 만큼 입찰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정리된 문제인데 한화가 트집을 잡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8일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최근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2차레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한 것에 대해 재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사법부에서는 임원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다. 임원들에 대하여 수사 및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으로도 임원의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이번에 군에서 공개한 수사기록에 의하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의심을 거둘 수 없을 정도다"며 "그런데 방사청은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을 기초로 임원의 개입 여부가 확인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2월27일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5년)도 경과됐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오션이 이와 관련된 기자 설명회를 열어 수사기록 등을 공개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빌딩 3층 오라토리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군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제출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설명회를 통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하여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군에서 공개한 내용 중 일부 임원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부분을 군에서 공개한 원본 상태 그대로 제공한 것이다"며 짜집기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한화는 제공받은 기록 전체를 공개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처벌받은 현중 직원들은 기록 전체를 갖고 있을 것이므로 기록 전체를 공개하여 반박하면 될 것이다. 애초에 현대중공업 측에서 판결문 열람 제한신청을 하는 등 기록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고, 이로 인해 방위사업청에서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인데, 이제 와서 현대중공업은 오래된 사건이니 넘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설명회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방사청 사무실에 들어가 군사기밀 문건을 열람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전에 회사 고위급이  방사청 측과 미팅을 잡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HD현대중공업은 "직원 출장시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 및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다. 특히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작성, 열람 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방사청 및 군 관계자들과의 업무 협의에는 수시로 군사기밀로 된 자료가 활용되고 있는바, 출장 과정에서 특정한 자료를 ‘열람’하였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비밀취급 인가는 적법하게 제공받거나 생성한 기밀을 취급할 수 있다는 허가이지, 훔쳐 온 기밀을 보관하며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닐 텐데 현중의 반박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며 "입찰절차 진행 전에 군이나 방사청 사무실에 방문을 하고, 입찰 예정인 사업에 대한 군사기밀, 또는 다른 회사가 수행한 결과물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열람하고 이를 촬영하여 취득해 와서 보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재반박했다.

제척기간 경과 여부에 대해서도 두 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HD현대중공업은 "제척기간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하여 법률상으로 정하여진 존속기간을 말하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가 있을 수 없다"며 "이 사건 관련 계약 건은 2010년 1월 1일부터 2015년 11월 10일까지로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 5년을 이미 경과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은 '국가계약법 위반'과 '방위사업법 위반' 2가지 안건을 상정해 계약심의위 진행한다. 국가계약법 위반의 경우 제척기간 적용 대상이긴 하다"며 "다만 2018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부터 방위사업청은 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관련 수사진행에 대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2024년이 되도록 심의위를 개최하는 등의 후속조치 시도가 없다가 이제와서 제척기간 도과로 판단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본 사안은 국가계약법 위반이 아니라 방위사업법(청렴서약위반) 위반이 메인 이슈다. 청렴서약 위반은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고, 방사청도 이와 같은 전제로 판단을 했다"면서 "임원 또는 대표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방사청 판단은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시 임원에 대한 고발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라고 했다.

KDDX를 비롯한 구축함 사업 독점화에 관한 두 회사의 설명은 판이하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물량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 2·3번함 건조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2번함은 내년 1월 진수식을 앞두고 있어 2025년 이후에는 3번함 한 척만 남게 된다"며 "이미 설계 엔지니어들은 일감이 없는 상황이다. 해외 수출 물량으로 필리핀 원해경비함 등이 남아있지만 규모가 작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은 이지스함보다 훨씬 비싼 3600t(톤)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고 있으며, 지난해 울산급 호위함 2척을 수주하면서 최근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함정은 14척이다. 그런데 건조 중인 함정이 최소화되어 보일 수 있도록 하고자, 잠수함과 해외 수출 함정을 제외하고, 현재 시운전 중인 함정도 제외한 것이다. 지난 몇년간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 현대중공업의 인수시도 등을 겪으며 수상함은 현대중공업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는데, 왜곡된 기준으로 통계를 잡아 한화오션의 독점화 우려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이 사건에서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 한화오션은 "임원에 대한 수사가 있었는데 혐의가 없다고 결론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수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수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