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작년 순이익 3조4077억원 전년비 18.34% 감소
미래·하나·신한·메리츠·키움, 부동산 PF 충당금 이슈에 실적 저하
삼성·NH·KB·한투·대신, 보수적 충당금 적립·경상이익 호조로 만회

10대 증권사 연간 순이익 추이 비교.
10대 증권사 연간 순이익 추이 비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이슈로 전년보다 평균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정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며 순익 기준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통적 강자인 미래에셋증권이 7위로 추락했고 재작년 1위였던 메리츠증권도 2위로 밀렸다. 3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이 1위에 올랐고 7위였던 NH투자증권은 2위로 급부상했다.

19일 각사 실적 공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10대 증권사 순이익은 3조4077억원으로 전년(4조1732억원) 대비 18.34% 줄었다. 

가장 급격한 순위 변동을 보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순익이 2980억원으로 전년보다 57.8% 급감했다.

부동산 관련 충당금과 미국, 유럽, 홍콩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4조2000억원 규모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 약 3500억원과 1조5000억원 규모 부동산 PF 및 태영건설 관련 충당금 약 1000억원 등 총 4500억원의 비용을 반영해야 했다.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메리츠·신한투자·하나증권 등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가장 크게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하나증권으로, 270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년보다 43.5% 확대된 2126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75.5% 감소한 100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투자증권측은 “2022년 증권 본사 매각 이익 효과(4438억원) 소멸과 함께 투자 상품 부동산 PF 관련 손실을 인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5899억원으로 전년보다 28.8% 줄었다.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주가폭락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 역시 2022년 대비 순이익(4407억원)이 13.2%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비용 4500억원,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300억원, 해외부동산 관련 비용 310억원 등 총 51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증권사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성장세를 보인 곳도 있다.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5974억원을 벌어들이면서 1위를 차지했다. 브로커리지, 자산관리(AM), IB 등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두면서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

메리츠증권(5899억원)과 NH투자증권(5564억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83.4% 증가해 7위에서 3위로 약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수수료수익이 늘어났고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운용전략을 적용하면서 운용수익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5474억원으로 5위에서 4위로 올랐고, 키움증권은 4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KB증권은 8위에서 6위로 올랐다. KB증권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99.1% 증가한 388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이 2위에서 7위로 밀렸고, 대신증권(1563억원)은 9위에서 8위로 한계단 올랐다. 9위는 3계단 밀려난 신한투자증권이, 10위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낸 하나증권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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