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 자료사진
헌법재판소/헌재 자료사진

 

[포쓰저널] 상속재산 문제로 야간에 집에 들이닥친 남편 형제자매 3명과 다툼을 벌이다 프라이팬으로 시아주버니를 때렸다는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여성이 헌법소원 끝에 억울함을 풀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창원지검 마산지청에서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박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1월25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박씨는 2021년 3월 14일 경남 창원시 자신의 집에서 남편 황모씨와 함께 있던 중 남편의 형제자매인 ㄱ·ㄴ·ㄷ씨가 침입하고, ㄱ씨가 남편을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위험한 물건인 프라이팬으로 ㄱ씨의 등 부위를 두 차례 때려 폭행한 혐의로 같은해 12월22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수유예는 형사 사건에서 범죄의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인의 성격·연령·환경, 범죄의 경중·정상· 범행 후의 정황 따위를 참작해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지 않는 처분이다.

박씨는 2022년 3월 17일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박씨는 ㄱ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었을 뿐, 위험한 물건인 프라이팬으로 ㄱ씨의 등 부위를 두 차례 때려 폭행한 사실이 없는데도 검사가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판단한 사실관계를 보면, ㄱ·ㄴ·ㄷ씨는 평소 상속 문제 등으로 황씨와 갈등이 있던 중, 2021년 3월 14일 오후 10시 경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박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현관문 걸쇠를 파손하고 주거지에 침입해 박씨와  황씨를 폭행했다.

박씨는 현관문이 강제로 열리자마자 ㄱ씨로부터 구타를 당하였고, 거실 소파에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러 가려 하였으나, ㄱ씨가 박씨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수회 때렸다. 

결국 박씨는 ㄱ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간의 상해를 입었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씨가 먼저 ㄴ씨에게 폭행을 가하여 이를 말렸으나, 그 과정에서 황씨가 자신의 손가락을 꺾어 순간 화가 나 손으로 황씨의 머리채를 두 차례 정도 잡아당겼고, 그 과정에서 박씨가 청구인이 프라이팬으로 자신의 등을 몇 대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ㄱ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박씨가 프라이팬을 들고 와 자신의 등을 두 차례 때렸고, 순간 화가 나, 손으로 청구인의 뺨을 한두 차례 때린 사실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편 ㄴ씨와 ㄷ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프라이팬으로 ㄱ씨의 등을 때리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프라이팬으로 때린 사실이 없다", "제가 프라이팬으로 때려 맞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먹으로 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복부와 엉덩이를 걷어차고, 손으로 멱살을 잡고 던지고 한 것이다”, “프라이팬이 부엌에 있는데 어떻게 가지고 올 수 있겠나.시아주버니가 주먹과 발로 저를 때려 바닥에 넘어지고 했는데 저는 제 온 힘을 다해 옷을 잡아당겨 남편에게서 떼어 내려고만 했다”며 특수폭행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이 사건으로 ㄷ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으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 ㄱ씨와 ㄴ씨는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및 공동상해,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남편 황씨는 ㄱ,ㄴ씨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023년 1월 27일  무죄판결을 받았고 검사가 항소했으나 기각돼 그대로 확정됐다.

헌재는 박씨의 특수폭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박씨는 일관되게 ‘자신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었을 뿐 프라이팬으로 ㄱ씨의 등 부위를 때려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박씨의 경우 ㄱ씨 등의 유형력 행사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사진과 상해진단서 등 객관적인 증거가 있음에 반해, ㄱ씨의 경우에는 프라이팬으로 폭행을 당하였다는 그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피해 부위 사진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의 주거지 전실과 현관 등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였음에도, 사건 현장에 있던 ㄴ씨, ㄷ씨는 ㄱ씨가 프라이팬으로 폭행을 당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하였고 이후 ㄱ씨로부터 그러한 사실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며 "따라서 ㄴ, ㄷ씨의 진술만을 들어 ㄱ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거나 박씨가 프라이팬으로 ㄱ씨를 폭행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당시 박씨 부부는 예고 없이 집 안으로 들이닥친 ㄱ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는바, 휴대폰을 가지러 가지 못해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와중에 박씨가 프라이팬을 가지고 왔다거나 범행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곳에 프라이팬이 있었을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건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목격자 송모,  정모씨 역시 ㄱ씨 등이 박씨 부부를 폭행하여 이를 말렸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을 뿐 박씨가 ㄱ씨를 프라이팬으로 폭행하였다거나 사건 현장에서 프라이팬을 발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않았다.

헌재는 "검사로서는 ㄱ씨의 진술이 박씨나 목격자들의 진술과 다르고, 그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점에 비추어,ㄱ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한편 박씨의 특수폭행 사실을 인정할 증거에 대하여 추가 조사를 하였어야 함에도 오로지 ㄱ씨 등의 경찰 진술에 기초하여 곧바로 청구인의 특수폭행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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