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이 2020년 10월 26일 대체복무 교육센터가 마련된 대전교도소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이 2020년 10월 26일 대체복무 교육센터가 마련된 대전교도소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

[포쓰저널] 전쟁 반대 신념과 군대 내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및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피고인이 주장하는 신념과 달리 평소 총기로 상대방을 사살하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등 양심의 진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에 대한 ㄱ씨의 상고를 지난달 11일 기각했다.

ㄱ씨는 2018년 10월23일 충북지방병무청에서 '2018년 11월20일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2사단 입영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11월23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재판에서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며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ㄱ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군법은 인권적이지 않고 군 생활에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부조리에 의해 부당한 명령이 만연한 곳인 군대를 거부한다'고 진술했다.

1심 법원은 ㄱ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은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무하는 부대 및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ㄱ씨가 비폭력·반전·평화주의 등과 관련된 시민단체 활동을 하거나 그와 같은 신념을 외부에 드러낸 적이 없으며 평소 총기로 상대방을 살상하는 전쟁 게임을 즐겨한 점을 근거로 "피고인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확인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ㄱ씨가 불복해 상소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이 지나 입영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1일 여호와의증인 신도 사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 기준 제시하는 판례를 세운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판단 기준으로 양심의 진정성, 일관된 신념의 증거, 신념의 깊이, 대체 복무제의 수용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므로,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국회는 2019년 12월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역 신설과 관련한 병역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병역 종류에 ‘대체역’을 추가하고 교정시설 등 대체복무기관에서 36개월 동안 합숙 복무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집총 및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는 2020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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