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보성 메시지..'전파가능성' 엄격 해석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이현민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이현민 기자

[포쓰저널] 특정 단체 대표에게 구성원의 처신, 자질 등과 관련한 사실을 제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가 메시지를 발송한 경우에는 다소 인신공격적 표현이 있다고 해도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에 필요한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구시 한 기초단치단체 자율방범대원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같은 지역 구의원 ㄱ씨의 상고심에서 4일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20년 10월 11일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ㄴ씨가 활동 중인 자율방범대 대장인 ㄷ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거기에 술꾼인 ㄴ이 송총이랑 가 있네요 ㅋ 거기는 술 안 사주는데, 입 열면 막말과 비속어, 욕설이 난무하는 ㄴ과 가까이 해서 대장님과 득 될 것은 없나 봅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ㄴ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 사람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서 활동 중이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현직 구의원인 피고인이 비방하고 폄하할 의도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문자메시지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봄이 합당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2심은 반대로 ㄴ씨가 해당 문자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파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ㄱ씨의 모욕죄를 유죄로 봤다.

대법원은 1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모욕죄의 성립요건 중 '공연성'과 관련한 전파가능성이 이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소수에게만 발언하였다는 점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전파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특정 단체의 대표에게 단체 업무와 관련한 구성원의 처신, 자질 등과 관련한 사실을 단체의 이해관계자가 제보하는 행위는 해당 단체의 평판 및 건전한 존속, 운영 등과 직결된 사항이므로 전파가능성 내지 그에 대한 제보자의 인식을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ㄱ씨과 ㄷ씨의 신분ㆍ지위ㆍ관계 및 단체의 성격 등에 비추어 메시지의 객관적ㆍ핵심적 의미와 내용은, 시민들과 일상적인 접촉을 갖는 관계로 구성원의 처신과 외부적 평판이 중요한 자율방범대의 대장인 ㄷ씨에게 소속 대원인 ㄴ씨의 평소 행실ㆍ평판을 알려주어 단체의 운영 및 활동 과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고지ㆍ조언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ㄱ씨와 ㄷ씨 모두에게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지위ㆍ역할에 따른 업무상 또는 공식적 관계에서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이유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ㄷ씨가 실제로 해당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ㄷ씨는  메시지의 핵심 내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인식하였을 뿐 ㄴ씨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 표현 자체를 전달ㆍ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실제로도 메시지의 취지를 감안하여 자율방범대의 대표자로서 구성원인 ㄴ씨에게 외부의 시선ㆍ평판을 고려하여 처신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조언만 하였을 뿐 ㄴ씨를 포함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메시지 자체를 전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ㄱ씨에게 메시지에 담긴 우려 및 조언의 취지를 넘어 메시지 자체의 전파가능성을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메시지에 담긴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ㄴ씨의 외부적 명예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표현이라기보다는 단지 ㄴ씨의 입장에서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나타낸 정도의 표현에 그치는 것이자, 그러한 개인적 의견과 감정을 공통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단체의 대표자에게 제보하는 취지의 것으로, 모욕죄의 ‘모욕’ 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나아가 "전제되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데 대한 자신의 판단ㆍ의견을 밝히고 그 타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모욕죄에 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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