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제연구원 박세훈 연구위원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반 레벨4 자율주행차./사진=박소연 기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반 레벨4 자율주행차./사진=박소연 기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새로운 유형의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행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자율주행법'을 새로 만드는 등 도로교통법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등은 자율주행, 로봇 등의 개념 정의가 명확하지 않는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과 활성화, 국민 교통수단 활용 선택권 확장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법제연구원 박세훈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된 도로교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교통 환경 현황, 도로교통법제를 종합 검토함으로써 적극적인 법제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도로교통법 개정하고 자율주행법 새로 만들어야

박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한국의 현행 도로교통법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자율주행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개정 방향으로는 ▲각 모빌리티 유형의 안전을 위한 운행 관리 측면 ▲이용자의 안전한 책임 강조 ▲교통안전교육 강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한 이해, 숙련 정도 등 새로운 자격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이 고려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은 ‘자율주행자동차’와 ‘사람’ 두 가지”라고 했다.

법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도로교통법 제2조제18호의3에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 정의 규정이 신설돼 운전의 개념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80조, 제49조 등에는 운전 외 허용행위, 별도의 적절한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관리·보존할 의무를 규정하고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주의사항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교통법제 및 교통안전시설에서의 변화./자료=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교통법제 및 교통안전시설에서의 변화./자료=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박 연구위원은 새 법령인 자율주행법은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자 지위 재정립 ▲자율주행자동차 인식 교통안전시설물 도입 ▲자율주행시스템 조작 교통안전교육제도 도입 ▲레벨4(Level4) 이상 운전자 의무 및 의무위반제재의 완화 ▲레벨4 이상 인증 자율주행자동차 배상책임검토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행법은 자율주행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는 것을 ‘운전’에 포함하는데, 이때 운전자의 개념이 인간과 시스템을 모두 포괄하는 것인지, 원격 조종자도 운전자와 동일한 책임을 갖게 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 제56조제1항은 고용주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고용주 등이 주의·감독하는 대상에 인간 운전자만 포함되는지 아니면 원격 조종자나 자율주행시스템 역시 포함되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 개념뿐 아니라 보행자의 개념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박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를 이용하는 로봇 역시 차의 한 종류로 볼 수 있기에, 자율주행기술을 기반으로 도로를 이용하는 무인 로봇에 대한 법적 개념 역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제48조제1항은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도 재정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2조제1호의3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정의한다.

박 연구위원은 “이는 앞서 도로교통법에서의 ‘운전자’의 의무 조항과의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운전자’의 정의를 수정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미국 테네시 주에서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상당 수준의 운행이 가능할 때에는 시스템을 운전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자’의 지위는 사고 발생시 형사상·민사상 책임을 지는 위치에 놓이기에 향후 법 제·개정 시 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아울러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해선 ▲모빌리티 정보·사고통합서비스 구축 ▲모빌리티 인증제도 도입 측면에서 세부적인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래 모빌리티 관련 법제도 및 정책 제안은 추후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고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도로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법제도는 개인형 이동장치 활성화를 가능하게해 국민의 교통수단 활용 선택권이 확장되고 이에 따른 관련 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 사례서 개선안 찾아야”

박 연구위원은 “각 법령들 내에 최근 변화된 교통수단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노력을 가속화 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자율주행자동차 및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된 법제를 소개했다.

독일, 일본, 미국의 ▲자율주행자동차 정의 ▲운행을 위한 안전시설물 ▲운전자 의무 등의 사례를 살피고 한국의 도로교통법제 개선안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도로교통법을 통해 도로교통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2015년 ‘자동 및 연결된 주행을 위한 전략’을 발표, 입법 프레임을 마련했다. 지속적인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세분화되고 고도화되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된 사항은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초소형 전기자동차의 도로 교통 참여 규정’에 담겼다.

박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독일의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자동차가 갖춰야 할 장치, 기술감독관의 역할, 사고 상황에서의 딜레마 해결 방안 등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자율주행자동차 법률 체계 비교./자료=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국내외 자율주행자동차 법률 체계 비교./자료=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일본의 경우는 ‘관민 ITS(지능형교통시스템) 구상 로드맵’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 주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2021년부터는 ‘RoAD to the L4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세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일본도 독일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따라 관련 법(도로교통법·도로운송차량법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개정, 자율주행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규정 역시 정비함으로써 안전한 도로교통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도로 및 차량관련 법률이 연방정부의 관할과 주정부의 관할로 구분돼 있다. 연방정부는 도로 인프라와 자동차 안전기준에 대해, 주정부는 운전자의 도로교통과 자동차 등록 등을 관할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령은 2011년 주정부 차원에서 시작됐다. 현재 연방정부에서도 자율주행기술 안전 및 인프라 관련 문제 대응을 위한 정책 수립 등에 나선 상황이다.

2016년 연방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책과 입법방향 제시를 위한 지침으로서 ‘연방자율주행차정책(Federal Automated Vehicles Policy)’을 발표하고 이를 자율주행기술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지속 보완 중에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2021년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시 제조사 및 기술 개발업체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거나 2022년 연방규정집 내 연방 차량안전기준의 제목을 개정하는 등 안전한 기준을 마련 중이다.

미국의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된 법령으로는 연방소비자법에서의 전동스쿠터 정의, 캘리포니아 주에서 전동킥보드를 다루는 규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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