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 지난해 7월 집중 호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방부, 해병대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나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 및 자택,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의 사무실, 해병대 사령관 및 부사령관 사무실 등에 전날부터 이틀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8월 수사 외압 의혹을 고발한 지 5개월 만이다.
박 대령 측은 지난해 8월23일 유 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수사 외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최초로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음에도 유 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 해병대 상부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8일 박 전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해병대 1사단을 방문조사했다.
같은 달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을 처음 이첩받았던 경북경찰청 관련자들에 대한 면담 조사도 진행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 등 수사단 관계자들도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유 관리관 등 국방부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공수처 수사가 국방부 실무자 선을 넘어 '윗선'까지 진행될 수 있을 지 여부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들의 고발은 박정훈 대령 등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것이다.
박 대령 측은 경찰에 넘길 자료에서 관련자들의 혐의 내용, 죄명 등을 빼라고 직접 압박한 사람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지만 그 윗선에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과 윤 대통령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경 대통령실 비공개 회의에서 국가안보실로부터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결과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고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격노에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불과 하루만에 자신의 서면 결재 결과를 번복하고,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통보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감싸려고 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소령 시절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외교안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당시 대령),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이던 김태효 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근무연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후 14시간 뒤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채 상병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실종자 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져 군 지휘부의 수색 지휘 과정에서 무리한 지시가 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내역을 경북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국방부는 박 전 수사단장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군형법상 항명죄를 적용해 기소해 군사법원 재판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