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조건맞으면 소방헬기는 무조간 가는 것"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소방헬기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1.2/연합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소방헬기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1.2/연합

[포쓰저널] 부산 방문 중 흉기로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로 이송되는 과정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익위가 암살테러를 당한 야당대표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익위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해 이 대표 측으로부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상 ‘부정 청탁’ 여부와  소방청 및 부산대병원 측이 부정 청탁을 들어준 지 여부와 이들의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 대표가 응급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전원된 것과 관련해 부정 청탁과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관련 신고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 다음 날인 3일 접수됐으며 8일 관련 부서에 ‘신고 사건’으로 배정됐다. 

권익위는 사건이 소방청 및 부산대병원과 관련해 시작된 만큼 먼저 두 기관을 대상으로 17일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조사 대상이 서울대병원과 이 대표 측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정 부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공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관련 부정청탁법에 따라 그 외 다른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과 소방청,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등 관계 기관 사이에서 부정 청탁이 있었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권익위는 사건을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관련 부처 등으로 넘기게 된다. 

사건을 넘겨받은 기관은 수사·감사·조사 등을 거쳐 원칙적으로 60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5분경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부지 인근 대항전망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다가 김모(67)씨의 습격을 받았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길이 18cm가량의 흉기를 꺼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52분경 구급차와 헬기 편으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은 뒤 오후 3시 20분걍 다시 응급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중증 외상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간 것 자체가 ‘의료 쇼핑’이자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반인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헬기로 이송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이 대표와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 등 헬기 이송 관련자들을 업무방해와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 광주, 서울, 경남 등 광역지자체 의사단체들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권익위의 조사 방침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의 본질은 암살테러다. 권익위는 물타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과 관련해서는 소방청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남화영 소방청장은 이날 신년 간담회에서 "전원 시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고 소방헬기 이송 조건에도 의사가 반드시 같이 탑승하게 돼 있다"며 "그런 조건이 맞고 요청이 오면 소방헬기는 무조건 가고, (이재명 대표의 경우에도) 메뉴얼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미 남화영 소방청장이 오늘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방청 메뉴얼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며 "그런데도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권익위를 앞세워 정치테러로 생명에 위협을 받은 야당 대표를 욕보이려는 것이냐, 아니면 전대미문의 정치테러 사건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냐"며 "경찰의 축소·은폐수사와 총리실의 가짜뉴스 유포도 부족해서 신고를 핑계로 이재명 대표를 조사하겠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몇 사람의 신고로 야당 대표를 조사하겠다면,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은 왜 거부하냐"며 "윤석열 정권은 정치테러의 피해자를 괴롭히는 치졸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흉기 피습 사건 보름 만인 17일 최고위원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등이 1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이재명 대표 정치테러 은폐, 축소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2024.1.16/연합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등이 1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이재명 대표 정치테러 은폐, 축소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2024.1.16/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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