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장항준·윤종신·김의성 등 기자회견..성명서, 국회·경찰·KBS에 전달
영화프로듀서조합 등 단체 29곳, 송강호 등 영화계 2천여명 성명참여
"형사 사건 공개 금지, 인권보호 위한 관련 법령 제·개정해달라"
"마약 음성 판정뒤 KBS 수사 내용 보도 제공 경위 면밀히 밝혀야"

"이선균 죽음, 경찰 수사·KBS 보도 진상 밝혀야"..봉준호 등 문화예술인 성명

봉준호·장항준·윤종신·김의성 등 2천여명 성명...국회·경찰·KBS에 전달

“가혹한 인격 살인..‘사이버 렉카' 행태,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포쓰저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 2천여명이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12일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단체 29곳을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고인과 같은 소속사였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최덕문의 사회로 배우 김의성과 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감독 이원태가 성명을 낭독하며 요구사항을 밝혔다.

수사가 적법했는지, 국민의 알 권리가 맞는지, 현행법상 인권 보호를 위한 부분에 문제가 없는지 밝히라고 수사당국과 언론·미디어, 정부·국회를 향해 요구했다.

수사당국에는 고 이선균 씨에 대한 마약 투약 의혹 보도가 처음 나온 뒤 사망하기까지 공보 책임자나 수사 업무 종사자가 부적절한 언론 대응을 한 게 없었는지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국과수 감정에서 음성 판정이 난 11월 24일 당시 KBS 보도에 다수의 수사 내용이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또 세 차례 소환이 모두 공개 조사로 이뤄진 게 적법했는지 밝히라고 했다.

언론에 대해선 내사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인지, 공익적 목적이 맞는지를 물었다. 또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까지 보도한 사례를 언급하고 전체 언론에 보도 목적이 맞지 않는 기사 내용은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와 국회엔 수사절차가 적법했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인권 보호를 위한 부분에 문제가 없는지,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지 않도록 해달라고 입법적 개선을 주문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며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로 이것이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인의 경찰 출석 정보를 공개해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적법한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 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경찰청, KBS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대회의는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이선균 관련 수사·보도 과정에 관한 문제 제기 필요성이 거론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성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사인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맡고 있는 민규동 감독, 엣나인필름 대표이자 한국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등 한국 영화계 및 방송계 주요인사들도 참석했다.

연대회의는 향후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대회의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 자리에는 국내 언론과 외신 기자 약 300명이 몰렸다.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12월 27일 오전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간이 시약 및 신체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선균 수사과정에선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 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이 이어졌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