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배소송 상고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1부는 숨진 A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왼쪽부터 임재성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2024.1.11/연합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배소송 상고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1부는 숨진 A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왼쪽부터 임재성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2024.1.11/연합

[포쓰저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고 김공수 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에 대한 일본제철의 성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합계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김씨는 1943년 3월 전북 김제시 역전에서 강제로 차출돼 가족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끌려갔다.

이후 규슈의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으나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1944년 4월 일본군에 배속됐다가 전쟁이 끝난 뒤 제대해 귀국했다가 2012년 사망했다.

유족은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일본제철이 김씨 유족 3명에게 위자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일본제철이 불복했으나 항소, 상고 모두 기각됐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법부가 계속해서 이런 판결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일본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제3자 변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몇 개 회사가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책임"이라며 "제3자 변제라는 정치적 합의로는 절대 해결될 리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을 시작으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2차 소송'에 대해 연달아 승소 판결을 하고 있다.

패소 전범기업도 일본제철 외에도 미쓰미시중공업, 히타치조선 등 다양하다.

가장 큰 쟁점인 소멸시효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최종 승소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는 판례를 굳힌 상태다.

대법원은 2018년 판결에서 "한일청구권협정은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대상은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한정되고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이는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승소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유족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실제로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집행 등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는 대신 포스코 등 한국기업에서 갹출한 돈으로 조성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기금을 통해 배상금을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천만원과 지연이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히타치조센 피해자 이모씨 측은 히타치조센이 하급심에 공탁한 돈을 배상금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압류추심명령신청서를 냈다.

히타치조센은 2심 법원에서 같은 판결을 한 2019년 1월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했고 그 담보 성격으로 6천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는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돈을 낸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이 돈 전액을 확보하고자 압류추심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 공탁금 출급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법리상 해당 액수의 절반 정도만 받을 수 있어 계획을 바꿨다.

법원은 이 사건을 별도 재판부에 배당해 인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히타치조센 측 송달 절차 등을 고려하면 2∼3달 후에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씨 측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헤아림 이민 변호사는 "특별한 돌발상황이 없다면 무난히 전액에 대해 압류추심명령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잔액은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제안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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