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3.12.15/연합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3.12.15/연합

[포쓰저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무위원들은 국회에서 법안이 이송된 지 하루만에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대통령실은 그 직후 이를 확정 발표하는 등 이례적으로 기민한 행보를 보였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에 이어 이번이 4번째(법안 별로는 7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여론몰이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쌍특검법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는 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 실장은 "특검법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위해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를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으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으로 국민 선택권 침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특검법과 관련해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뒤집기를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 검사 망신주기 수사, 물타기 여론 조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 실장은 "12년 전, 결혼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이며 허위 브리핑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법과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해당 의혹의 직접 관련자인 김건희 여사의 실명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법안에는 재의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특검을 남편인 윤 대통령이 막는 것은 이해충돌 규정 위반이라는 야권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이러한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 가치는 다수당 전횡으로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런 헌법상 의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러한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또 특검이 진행되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국민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되고, 수사기관 인력들이 특검에 차출되면 법집행기관의 정상적인 운영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복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 2부속실 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선거기간 공약이었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저희들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야당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금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군사작전 펼치듯 국무위원을 동원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 위한 방탄 국무회의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불참한 국무위원은 불참 사유서를 작성해 대통령실에 제출하라는 공지까지 했다고 한다”며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 위한 방탄 국무회의를 전격 실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쌍특검법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1년8개월 동안 무너진 공정과 상식,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결국 본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가족 관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절차는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4.1.5/연합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4.1.5/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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