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디엘그룹 본사 접견실에서  고 강보경씨 유족과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권영국)', 디엘이앤씨 및 KCC 관계자들이 합의서 조인식을 갖고 있다./사진=시민대책위
2023년 11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디엘그룹 본사 접견실에서  고 강보경씨 유족과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권영국)', 디엘이앤씨 및 KCC 관계자들이 합의서 조인식을 갖고 있다./사진=시민대책위

[포쓰저널=송신용 기자] DL이앤씨와 협력업체 KCC가 아파트 건설현장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측과 합의를 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형 건설사가 이처럼 산업재해 피해자 측과 원만한 타결책을 찾고 사과까지 한 것은 지난해 초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시행후 처음 있는 사례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KCC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DL이앤씨 본사 접견실에서 고 강보경(29)씨 유족 측과 합의서 조인식을 진행했다.

KCC 소속 일용직이었던 강씨는 8월 11일 부산 연제구 DL이앤씨 아파트 6층에서 창호를 교체하다 2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DL 측은 사과문을 통해 "DL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강보경 님과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예방조치가 충분치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여 안전 최우선의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DL그룹 차원에서 안전보건 시스템을 원점에서 정비하는 등 안전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도록 살피는 한편,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대책 도출을 위해서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찰해보겠다"고 했다.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와 KCC 정재훈 대표이사는 전날 강씨의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22일에는 DL그룹 이해욱 회장과 DL이앤씨·DL건설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조간 신문에 사과문도 게재했다.

강씨 유족에게 배상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은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DL 측은 산업재해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강씨 유족과 시민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조인식을 마치고 시민대책위는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청 대기업 건설사가 중대재해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어머니 이숙련(70)씨는 "내아들 살려내라. 아들 잃은 마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다"고 했다.

강씨의 누나인 강지선(33)씨는 "회사의 안전조치 소홀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유족이 시위를 해야 사과를 받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며 "이제라도 사과를 받게 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먼저 사망하신 고인들을 대신해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기 바라며, 더 이상 죽지 않게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강씨를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졌다.

유족들과 시민대책위는 회사의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본사 앞에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내달 1일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소환해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고 강보경씨 사망사고와 관련한 DL그룹의 사과문. /시민대책위원회
고 강보경씨 사망사고와 관련한 DL그룹의 사과문. /시민대책위원회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