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등 이유
MBC 6천만원, KBS-JTBC 각 3천만원, YTN 2천만원
야당 추천 방심위원들은 반발..MBC는 법적 대응 예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23년 제23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11.13/연합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23년 제23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11.13/연합

 

[포쓰저널]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검증 보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3일 KBS·MBC·YTN·JTBC 등 방송 4사에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MBC는 부당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심위가 "위헌적 검열기구로 추락"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방심위가 이날 방송 4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1억4천만원에 달한다.

주요 방송사들이 한꺼번에 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이다.

KBS·MBC·YTN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것이, JTBC는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것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 건으로는 MBC TV '뉴스데스크' 4500만원,  MBC TV 'PD수첩' 1500만원,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 9' 3천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은 2천만원, JTBC 'JTBC 뉴스룸' 1천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JTBC 'JTBC 뉴스룸'은 2011년 당시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 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 보도 건으로 2천만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방심위는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한 YTN FM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기관인 '옥소폴리틱스'를 초청해 해당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MBC TV '2시 뉴스 외전'에 대해서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법정제재 중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다.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에서 정량평가로 10점이 깍인다.

MBC 등 지상파 방송의 경우 연말 초고화질(UHD) 방송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가 잇따라 예정된 상황이라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이날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추적 미디어들이 전언의 전언을 통한 간접 취재를 보도해 매우 유감"이라며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은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심의는 법과 규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이뤄졌다"며 "이번 사건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녹음과 영상에 대한 철저한 자체 검증의 중요성을 방송사들에 다시 일깨운 변곡점이 될 것이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야당 추천 방심위 위원들은 과징금 부과에 강력 반대했다.

정치적이고 편파적인 심의를  강행함으로써 민간 독립기구로서의 방심위 위상이 무너지고 심의의 공신력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옥시찬 위원은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그러한 노력이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며 마구잡이로 진행된다면 유권자들에게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과징금 부과로 방심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민형배·조승래·장경태 의원 등과 안형준 MBC 대표이사는 이날 방심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 잇따라 방심위가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을 찾아 항의의 뜻을 전했다.

안 대표는 추가 의견진술도 요구했으나 방심위는 재심 청구 등도 가능한 점을 들어 각하했다.

안 대표는 "명백한 표적 심의로 내용도 절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MBC는 회사 차원에서도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방심위의 결정을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공정 정치 심의로 판단한다"며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또 "김만배 씨 녹취를 사실로 단정해 보도하지도 않았고 반론도 충실히 반영했다"며 "이번 방심위 결정에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식의 대응을 통해 법의 이름으로, 정의와 상식의 이름으로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도 성명을 내어 "법정에서 전부 무효가 될 것이 뻔한 수준 이하의 정치 심의에 방심위 직원들 조차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미 수도 없는 직권남용으로 고발된 류희림은 더 이상 방심위를 위헌적 검열기구로 추락시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물러나라.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민형배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문,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2023.11.13/연합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민형배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문,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2023.11.13/연합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