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9명 무죄 확정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23.11.2/연합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23.11.2/연합

 

[포쓰저널]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경찰 수뇌부 대부분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세월호 탑승자 현장 구조책임자 가운데  이준석 선장(무기징역)과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징역 3년)만 징역형 실형이 확정됐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징역 6개월에 집유 2년)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집유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상고사건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참사 발생 9년만,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이들을 기소한 지 3년9개월만에 세월호 참사 구조책임자 형사재판은 모두 일단락됐다.

김 전 청장을 비롯한 해경 간부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44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20년 2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세월호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해 즉각 퇴선을 유도하고 선체에 진입해 인명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경 간부들은 사고 발생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 항변을 했다.

1·2심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 상 해경간부들이 승객들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했는데도 하지 못한 점이 입증돼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데 법원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에 거짓으로 교신하면서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해 버리는 바람에 다수 승객이 탈출하지 못하고 선내에 대기 중인 상황을 해경으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시 이준석 선장은 오전 9시 37분경 진도VTS에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교신했는데 실제로는 그런 방송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가 무리한 양의 화물을 싣고 부실하게 고정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중심을 잃고 침몰했는데 이 같은 상황을 해경이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도 법원의 무죄 판단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들이 현장 도착 후 짧은 시간 안에 승객들에 대한 퇴선유도 및 퇴선명령을 하는 등 사후적으로 평가했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지휘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상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형사 사건은 이날 대법원 선고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퇴선 명령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배에서 내린 이준석 선장에게 2015년 11월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현장에 있으면서 부실한 구조로 승객들을 숨지게 한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김 전 정장은 참사 당시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는데도 선내 승객 상황 확인, 123정 승조원과 해경 헬기의 구조활동 지휘, 승객 퇴선 안내·유도 조치 등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유죄로 인정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하급자에게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김 전 서장 지시를 받아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이재두 전 함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대법 판결 직후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연 기자회견을에서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책임의 문제"라며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종기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0여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정장에게만 죄가 있고 정작 해경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지휘부는 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은 (해경 지휘부를) 처벌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여전히 좁은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면죄부를 주는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 때문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해온 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고 대법 판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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