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23.9.15 /연합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23.9.15 /연합

 

[포쓰저널] 박근혜 정부 시절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5)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66)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68)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절차는 4년 7개월 동안 277차례 재판 끝에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기록이 상당히 방대하고 많은 쟁점을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며 "선고는 12월22일 하겠다"고 밝혔다.

1심 재판이 이처럼 길어진 건 범죄 혐의 사실이 많기도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검찰 수사 조서를 인정하지 않고 100명 넘는 증인을 불러내고 공판 갱신 절차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한 영향이 컸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재판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개입하여 법관의 도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스스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만 사법부가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총 47개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이 같은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됐다.

그는 역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등을 도모하려고 청와대·행정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역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 등의 지원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재판 거래'도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사건 등에 부당하게 개입해 청와대가 원하는 결과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의 예금채권에 대해 가처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사건 자료를 정리할 것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고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진행 상황 등 정보를 무단 열람한 혐의와 판사 재임용 탈락 소송에 개입한 등의 혐의도 받는다.

그러나 사법농단 사태 관련 법원의 기존 판결에 비추어 양 전 대법관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질 지는 미지수다.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두 명뿐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 원을 선고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반면, 법관 수사를 막으려 한 혐의를 받았던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전 부장판사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판사는 다른 판사가 맡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무죄 판결 논리였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재판 개입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위법한 지시는 죄가 성립한다고 봤지만 외려 궁극적 목적이나 불법성이 더욱 큰 재판개입에 대해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라며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재고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최후진술에서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당시 행정부 수반인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여 분의 최후진술에서 "문재인 정부가 실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을 기정사실화했고, 검찰이 첨병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먼지털이식 행태의 수사권 남용을 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사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수사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2018년 9월13일 문 전 대통령의 법원의 날 기념식 축사를 언급하며 "수사를 더 해 (범죄 혐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검찰은 이에 부응해 대대적인 먼지 털기식 수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들은 피고인들을 묶을 프레임을 짰지만, 재판 거래가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이른바 징용 사건을 재판 거래의 사례나 되는 듯이 슬쩍 각색했다. 우습지조차도 않다"며 "억지 추측을 바탕으로 한 수사권 남용의 열매이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례의 교육재료로 삼을 만한 300쪽에 달하는 공소장이 만들어졌다"고 역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집권 세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는 기념비적인 재판으로 기억된다면 저는 그 고난을 외려 영광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무죄를 호소했다.

박 전 대법관도 문 전 대통령의 축사와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해 통렬히 반성하고 관련자를 문책한다며 손뼉을 마주쳤다"며 "그러니 재판거래가 실제 있었던 듯 많은 이들에게 각인됐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역시 "검찰의 과도한 의심과 비약으로 꾸며낸 시나리오는 증거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유죄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가 엄격한 증명 원칙에 따라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은 구형 의견에 1시간40여분을 할애했고, 피고인 측은 최후변론·진술에 약 2시간30분을 사용했다. 
재판 중 양 전 대법원장의 요청으로 10분 휴정하는 일도 있었다.

'사법농단' 실무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은 11월 1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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