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기반 혁신과 성장 40주년 연구 발표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SK이노베이션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R&D 경영 40주년 기념 성과 분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기업경영 전문가인 서울대 경영학과 송재용 교수와 카이스트 경영학과 이지환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공동 분석,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에서 시작해 종합에너지를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R&D(연구개발)경영'을 꼽았다.

다음은 송재용, 이지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는데, R&D(연구개발)와 연계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R&D에서 시간, 인력, 돈 모두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면?

▶ (이지환 교수) SK이노베이션의 R&D 성과는 시간과 돈만 들여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전략적 선택을 했는지가 연동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할 것인지, 사업 부문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송재용 교수) 연구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R&D 발전단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SK이노베이션은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넷제로(Net Zero)를 향한 엄청난 딥 체인지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환경과학기술원이라는 명칭도 넷제로를 향한 딥체인지 의지를 표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R&D 기반으로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해 왔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약 개발도 30년 이상 봐야 하는 분야다. 돈이 있다고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탐색/발굴/육성하는 것은 굉장한 의지와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결과물이다.

- 재무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R&D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 (이 교수) 재무 부담이 늘기 때문에 R&D 투자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건 통상적인 생각이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은 어디서 나오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기존에 하고 있는 것만 유지해서는 존속/발전할 수 없다. 남들만큼 뛰면 남들만큼 가다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2배로 뛰는 건 결국 R&D일 수밖에 없다.

(송 교수) 기술에 기반해 우리 사회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더더욱 R&D에 투자해야 하고, 이것이 R&D 매니지먼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전략은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R&D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현 시점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R&D 투자 비용이 실제 기업의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지?

▶ (이 교수) R&D 투자비와 실제 재무성과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업과 특정 산업 안에서 상관관계를 보는 것이 유의미하다. 그런 이유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례는 경영적인 시사점이 있다.

(송 교수) 대한민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많은 사례에서 투자는 많이 했는데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업은 특히 R&D 효율성을 많이 따지지만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부터 기업이 하는 R&D는 사업화가 되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R&D를 지속했다.

- 연구원에게 R&D 통해 거둔 성과의 5%까지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가 다른 기업에도 있는지?

▶ (이 교수) 연구원들의 R&D 성과가 어떤 수익을 냈는지 측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를 5%까지 보상하는 것도 혁신적인 사례라고 본다. 다른 사례를 더 찾아 봐야겠지만 새로운 시도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전까지 보기 어려웠던 선도적인 시도다.

- SK이노베이션 R&D 40년 역사에 최고의 혁신 사례와 아쉬운 사례 각각 하나씩 언급해 달라.

▶ (이 교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부품/소재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구현에 성공했고 이에 필요한 소재 분야에서도 분리막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와 분리막에서 재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보인다.

(송 교수) 분리막 연구개발 사례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이 최초로 SK그룹의 수펙스추구상 대상 수상한 유일한 사례다. 윤활기유도 아주 우수한 사례로 다른 기업보다 앞서 개발에 성공해 이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2004년 해외연구소 설립 후 한동안 글로벌 R&D 투자가 없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했다. 조금 더 이른 시점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SK이노베이션은 R&D 연구개발에 선제적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규제의 영향으로 인해 선제적 투자가 갖는 단점이 있는지?

▶ (이 교수) 그린(Green) 전환의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국내 다른 기업들은 그린 전환을 수동적으로 접근하고,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우 많은데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전환을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뛰어든 사례다.

(송 교수) R&D 속성상 미래 특정 시점에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타깃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R&D의 주체가 개인/기관/기업 등 다양하지만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SK이노베이션의 R&D 성과가 재무적으로 변환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선제적 투자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고 본다.

- R&D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의 매출구조가 석유사업 위주로 고착화된 이유는 무엇이며,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 (이 교수) 기후변화 대응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행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어려운 과제다. ESG 선도 투자기업인 블랙록의 포트폴리오를 봐도 여전히 탄소배출 하는 기업들이 많이 속해 있다. 투자처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그린(Green) 전환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R&D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비전 제시가 중요한데, SK이노베이션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비전 제시가 명확하고 의지도 강하다.

(송 교수)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나 인건비 경쟁이 아닌 R&D 통한 혁신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랜 기간 꾸준히 R&D 노력을 이어왔고 전통산업에서 R&D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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