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투자펀드 765억 개인고객들에 판매
"자율조정으로 일부만 변상"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연합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연합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미래에셋 주도로 4년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 뿐 아니라 해당 금융사에 자금을 공급한 개인투자자들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7일 "홍콩 부동산 시장의 위축,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오피스 수요 감소,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해당 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당펀드의 손실이 우려됨에 따라 고객피해 방지 및 신뢰 회복차원에서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자율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2019년 5월 GFGC 투자용으로 765억원 규모의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를 판매했는데 이 펀드 가입자들에게 투자금의 일부만 돌려 주겠다는 의미다.

당시 펀드 투자에는 우리은행 고객인 초고액자산가(VVIP)들이 주로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6월 27일부터 이같은 내용을 펀드 투자자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1대1로 자율조정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투자자들이 일부 변상안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도 아직 자율조정 일정이나 변상 비율 등 구체적 협상안은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자율조정을 완료한 후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건은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이 2019년 6월 GFGC 빌딩에 중순위(메자닌 채권)로 당시 환율 기준 2억4300만 달러(약 28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촉발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을 국내 기관들에 펀드로 셀다운(재매각)했다. 펀드 운용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다.

펀드 투자자 중에는 우리은행 뿐아니라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들과 한국은행 노동조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당시 미래에셋은 "이번 메자닌 대출은 짧은 만기 대비 높은 수익성으로 현지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GIC(싱가포르투자청), 도이치뱅크 등 세계 유수의 투자자와 함께 국내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게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홍콩 내 정치적 갈등 격화,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빌딩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선순위 대출자인 GIC과 도이체방크가 권리를 행사해 빌딩을 매각해 원금을 회수했고, 미래에셋을 비롯한 중순위 이하 투자자들은 지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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