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6.05%, 삼양식품 7.79%, 오뚜기 2.94%↓
"가격 현황 다각도 검토..원재료 인상 등 어려움 지속"
"윤 대통령 자유 외치면서 걸핏하면 가격 통제" 볼멘소리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을 꼭 찍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증시에서 '라면주(株)'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 전장대비 6.05%, 2만6500원 하락한 41만150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도 3.63%, 2600원 떨어진 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양식품은 전거래일 대비 7.79%, 8900원 내린 10만5400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도 2.94%, 1만3000원 하락한 42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추 부총리는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국제 밀 가격이 50% 안팎 떨어졌다"며 "기업들도 이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라면 생산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밀가루, 팜유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 증가를 이유로 라면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작년 9월 농심이 신라면과 너구리 등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린데 이어 10월 오뚜기가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제품 가격을 평균 11.0% 조정했다.

팔도도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12개 라면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11월에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삼양라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라면 업체들이 당장 가격 인하를 단행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체들은 추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도 원재료 가격 인상 등 어려운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t(톤)당 419달러로 치솟았다 올해 2월 t당 27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한참 높은 수준이다.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도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가격 현황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농심 라면 제품의 경우 국내 제분 회사로부터 밀 가루를 구입해 완성하는 구조이며 전분, 설탕 등 다른 원재료 가격들은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당장 라면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밀가루 가격이 안정돼 있다고는 하나 수급에 대한 시차가 존재하고 전분, 설탕 등 다른 원재료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고 인건비, 물류비의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 완화 등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팔도 측도 "추 부총리의 발언은 휴일인 어제 언급된 내용이라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말하기는 어려우나 다양한 측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라면업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밀가루 가격이 인하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전방위로 식품업계를 압박하면서 라면 가격을 2~7% 가량 인하한 바 있다. 

당시 라면업계 뿐 아니라 제과, 제빵 등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경제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를 되뇌면서 막상 산업활동에는 정권 필요에 따라 걸핏하면 막무가내로 개입하려는 반시장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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