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죄라니, 자존심이 허락되 않아" 메모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절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절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

 

[포쓰저널] 1일 전국 각지에서 근로자의날(노동절) 노동자 집회가 잇따른 가운데 강원도 강릉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설노동조합 간부가 분신해 중태에 빠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5분경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ㄱ씨(50)가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붙였다.

현장 소화기로 자체 진화했으나 전신화상을 입은 ㄱ씨는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헬기를 통해 서울의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ㄱ씨는 현장에 “정당한 노조 활동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는 글이 적힌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이날 오후 3시 강릉지원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ㄱ씨를 포함해 노조 간부 3명에 대해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조합원 채용 강요를 비롯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ㄱ씨의 분신 소식이 전해지자 원주시청광장에서 집회를 열던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격앙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회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지도부는 강릉으로 이동했으며, 조합원들은 버스를 확보하는 대로 뒤따를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도 성명을 내어 "이것은 윤석열 정권이 자본의 요구에 충실한 결과다"며 "노조파괴를 위해 검찰, 경찰, 국정원 등 모든 권력을 동원한 권위주의가 부른 참극이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윤 정권은 노동조합을 ‘적’으로 규정하고 탄압을 일삼았고 안전한 일터와 생존권 보장을 위한 노조 활동에 ‘부패’를 덧씌웠다"며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긴 노동자에게 분신이란 선택지만 남기게 한 것은 과연 누구인가"라고 했다 .

그러면서 "이제 예고도, 경고도 없다. 금속노조는 노동자를 향한 모든 공세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며 "금속노조 5·31 총파업 투쟁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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