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금을 한국기업에서 갹출해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즈음 일본 정부는 한국에 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조치 관련 양국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강감찬 무역안보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한일 수출규제 현안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부는 수출규제에 관한 한일 간 현안 사항에 대해 양측이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관련한 양자 협의를 신속히 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곧 개최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이전 상태란 2018년 10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이 나온 뒤 일본정부가 진행한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전의 상태를 말한다.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2019년 8월에는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한국정부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2019년 9월 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2020년 7월 WTO 첫 분쟁해결 단계인 패널설치는 확정됐지만, 이후 3년 동안 패널 위원조차 선정되지 않는 등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수입량이 감소한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는 등 반도체 소재부문에서 탈일본화를 진행해왔다.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이 나름 국산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의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강 정책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우리의 소재, 부품, 장비 등 100대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낮아졌고 국내 생산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라면서도 “일본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고, 이번 계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법원읭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를 통해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 3명)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재원 마련은 포스코를 비롯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한국이 일본으로 받은 5억달러의 경제지원금 수혜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매우 냉엄한 상태였던 일한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것을 확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와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황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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