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거인멸 염려 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 /공동취재연합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 /공동취재연합

 

[포쓰저널]  '서해 공무원 월북 논란' 사건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서 전 실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가 구속된 건 서 전 실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1차 소명을 받아낸 셈이이어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등 여타 피고발인 등에 대한 추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검찰이 서 전 실장을 넘어 '월북 판단'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과 서 전 실장측은 2일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일 오전 10시 시작한 심사는 오후 8시경에 끝나 총 10시간이나 걸렸다. 

종전 최장 시간이 소요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8시간40분),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시간30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8시간10분) 때 기록도 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 해양경찰 등 이 사건 업무수행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 지목하고 책임과 역할, 주요 관련자와 관계, 조사 태도, 행적 등을 고려할 때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후 피격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도록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도 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서 전 실장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첩보 배포선을 제한했을 뿐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 측은 "은폐 시도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첩보의 출처 보호와 신뢰성 확인을 위해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또 "영장 어디에도 월북 배치 첩보를 선별 삭제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도 급박한 상황에서 여러 부처에서 수집된 제반 첩보를 기초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검찰 수사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다"며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다"고 성토했다.

앞서 2일 오전 9시 45분경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서 전 실장은 혐의를 어떻게 소명할 것이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박범계·전해철·김영배·김병주·김의겸·문정복·윤건영 의원 등이 미리 법정 앞에 대기해 서 전 실장을 맞았다.

검찰은 10월18일 같은 사건으로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서 전 장관은 11월8일,  김 전 청장은 같은달 11일 석방됐다.

해당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전라남도 목포시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실종된 뒤 실종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38km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인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해안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지면서 벌어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6월 윤석열 정부 들어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2년 여만에 결과를 번복했고 이후 전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