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2세./연합
엘리자베스2세./연합

 

[포쓰저널] 영국의 정신적 지주로서 집권 군주이자 영연방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시간) 서거했다. 향년 96세.

국왕자리는 여왕의 큰아들 찰스(74) 왕세자가 찰스 3세로서 즉각 이어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여왕은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

여왕은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25살 젊은 나이에 케냐에서 왕위에 오른 뒤 70년 216일간 재위했다.

영국 최장 재위 군주일 뿐 아니라 기록이 확인되는 독립국의 군주들 가운데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기간 왕위를 지켰다.

여왕은 지난해 4월에 70여년 해로한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낸 뒤 급격히 쇠약해졌으며 10월에는 하루 입원을 하고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여왕 서거 시 계획인 '런던브리지 작전'에 따라 서거 후 10일째 되는 날에 국장을 치른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헌 연설에서 "여왕은 세계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어 "여왕은 바위였고 그 위에서 현대 영국이 건설됐다"며 "여왕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힘을 줬다. 여왕은 바로 영국의 정신이었고, 그 정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찰스 3세 국왕에게 충성심과 헌신을 바친다"고 강조했다.

여왕은 필립공과 슬하에 찰스 3세,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자녀 4명, 윌리엄 왕세자 등 손자녀 8명, 증손자녀 12명을 뒀다.

찰스3세와 배우자 커밀라 파커 볼스./게티연합
찰스3세와 배우자 커밀라 파커 볼스./게티연합

 

왕실은 찰스 왕세자가 국왕 자리를 자동 승계해 찰스 3세로 즉위한다고 밝혔다. 

찰스 3세는 이미 공식적인 영국의 국왕이지만 관례에 따라 대관식은 몇 개월 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 부부는 이날 밸모럴성에 머문 뒤 9일 런던으로 옮긴다.

찰스 3세 국왕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뒤 공군과 해군에 복무하고 1981년 다이애나비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다이애나비의 인기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뜨거웠지만 찰스 3세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들은 윌리엄과 해리 왕자 두 아들을 낳았지만 1996년 이혼했다.

이 과정에 다이애나비가 BBC 인터뷰에서 남편이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파커 볼스는 각자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사이다.

다이애나비가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다이애나비 추모 열기가 끓어오르는 만큼 찰스 3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치솟았다.

이후 비난이 다소 잦아들고 찰스 왕은 2005년 커밀라와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으며 올해 초 여왕이 커밀라를 왕비(Queen Consort)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영국인의 마음을 완전히 다시 사지 못하고 있다.

왕실 자체의 권위도 갖가지 구설수에 많이 추락된 상태다.  최근엔 해리 왕자가 왕실 밖으로 뛰어나가 가족들과 불화를 겪고 있고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력 혐의로 '전하'라는 호칭까지 박탈당했다.

영국이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가운데 호감도가 떨어지고 나이 많은 왕이 등장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군주제에 관심이 없어서 왕실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영연방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왕이 현재 영연방의 수장이지만 이는 자동승계 되는 자리가 아니고 회원국의 의사로 결정된다.

올해 초에는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하면서 여왕이 군주로 있는 국가가 15개로 줄었다.

1953년 6월2일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게티엽합
1953년 6월2일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게티엽합

밸모럴성과 런던 버킹엄궁 등 앞에는 애도하는 인파가 모여 여왕의 죽음을 애도했다.

여왕 서거에 영국뿐 아니라 각국 전·현직 정상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 주요 인사들이 애도를 쏟아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인 질 여사와 공동 성명을 통해 "여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엄한 지도자였으며, 기반암과 같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켰다"며 "찰스 3세와도 우정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여왕은 1999년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883년 두 나라가 수교한 지 1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여왕은 안동에서 생일상을 받고 사과나무를 심었다.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거리, 이화여대를 방문해 한국 전통문화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나타냈다.

1999년 방한 당시 대우자동차를 방문해 마티즈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연합
1999년 방한 당시 대우자동차를 방문해 마티즈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연합

 

◆ 엘리자베스2세 생애 주요 연보.

▲1926년 4월 21일 = 런던 메이페어 집에서 출생. 본명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

▲1936년 12월 11일 =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하며 아버지 조지 6세가 즉위하면서 10세 때 승계서열 1위로 올라섬.

▲1942년 4월 20일 = 16세 생일을 맞아 근위보병연대 시찰로 공개 활동 시작.

▲1945년 = 여군에 입대해 군 트럭 정비와 운전 교육을 받음.

▲1947년 4월 21일 =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중 21세 생일을 맞아 방송을 통해 영연방에 평생을 바쳐 헌신하겠다고 선언.

▲1947년 11월 20일 = 필립공과 결혼.

▲1948년 11월 14일 = 찰스 왕세자 출생

▲1950년 8월 15일 = 앤 공주 출생

▲1952년 2월 6일 = 부친 조지 6세 폐암으로 서거하고 25세로 왕위 즉위

▲1953년 6월 2일 =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서 대관식

▲1960년 2월 19일 = 차남 앤드루 왕자 출생

▲1964년 3월 10일 = 삼남 에드워드 왕자 출생

▲1981년 7월 29일 =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결혼

▲1982년 6월 21일 = 윌리엄 왕자 출생

▲1992년 = 찰스 왕세자-다이애나비 불화 심화, 앤드루 왕자·앤 공주 이혼, 윈저성 화재, 면세특권 포기하고 개인 소득세 납부 결정

▲1996년 8월 28일 = 찰스 왕세자-다이애나비 이혼

▲1997년 8월 31일 = 다이애나비 사망

▲1999년 4월 19∼22일 = 한국 방문

▲2002년 = 즉위 50주년 골든 주빌리

▲2002년 3월 30일 = 모친 101세로 별세

▲2011년 5월 17일 = 아일랜드 독립 후 첫 영국 왕 방문. 과거사 유감표명

▲2012년 = 즉위 60주년 다이아몬드 주빌리

▲2012년 = 런던올림픽 개막식 영상에 본드걸로 출연

▲2013년 3월 3∼4일 = 위장염으로 1박 입원

▲2015년 9월 9일 = 빅토리아 여왕 기록을 넘어 영국 최장 집권 군주가 됨

▲2020년 1월 18일 = 왕실, 해리 왕자 부부와 결별 발표

▲2021년 4월 9일 = 74년 해로한 필립공 99세로 별세

▲2021년 4월 17일 = 필립공 장례식

▲2021년 10월 20일 = 병원 하루 입원

▲2022년 2월 6일 = 즉위 70주년

▲2022년 2월 20일 = 코로나19 확진

▲2022년 9월 8일 =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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