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와 테라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이 만만하지가 않다. 한편으로는 앵커프로토콜의 연20% 확정이률 지급이 폰지사기인지 여부가 문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유지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기초로 설계되어 있어서 언제라도 수요공급의 궤도를 벗어 나는 경우 대폭락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테라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묻는다. 먼저, 가격 안정성은 어떻게 정의되나? 안정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러므로 가장 안정된 자산에 고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가격 안정성은 어떻게 측정되는지를 묻는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답을 한다.마지막으로 가격 안정성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며 필히 시장에 대한 압력,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폭락의 요소가 테라의 가격 안정성, 회복탄력성이 시장에서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근거하도록 설계 되었는데 이는 블록체인의 성격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설계한 것이다. 

한국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한 다단계, 폰지사기의 역사는 1998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흔히 아이쓰리샵(i3shop)으로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이쓰리샵이 성립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쇼핑몰 분양이라는 당시로서는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골드뱅크와 함께 참신한 사업모델로서 2000년 이후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한 G마켓 모델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아이쓰리샵 창업자들이 그런 비즈니스모델의 진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조달된 자금으로 도메인 월드컵닷컴(worldcub.com)을 구매하는 등으로 소비하였기에 혁신이라기 보다는 그 이후 우후죽순처럼 나온 쇼핑몰 분양 다단계(폰지) 사기의 원형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나나 벤처법률지원센터 구성원 변호사들이 아이쓰리샵 설립부터 자문을 했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을 수 없으며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형태의 쇼핑몰 분양은 분명히 폰지사기의 전형이 된다. 2000년 초반에 시작된 정보기술 사업모델을 이용한 다단계는 2010년대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주식 묻지마 다단계 판매로 진화한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는 스타트업 주식을 다단계로 판매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2017년에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은 다단계와 유사수신, 주가조작 세력들에게 황금을 낳는 알도라도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했다. 항상 다단계에는 유사수신행위자, 기획부동산, 주가조작세력 등이 함께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2017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화화폐는 금융상품이라기 보다는 다단계다’라는 문제의식은 정확했다. 그러나 정작 다단계, 폰지사기 세력들을 처벌하고 가이드를 제시하여 블록체인 기술로부터 다단계 세력들을 분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5년은 그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탈중앙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수많은 증권형 토큰들이 양산되어도 정작 자본시장법에 따르는 규제는 작동되지 않았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의장 배재광)가 2018년 ‘가상자산 발행 및 공개(ICO)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여 이를 기준으로 규제설계를 할 것을 촉구하였으나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프로젝트들은 이더리움을 이용하여 토큰을 쉽게 만들고 이를 다단계 조직을 이용하여 배포하여 돈을 모았다. 분산원장 기술(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업모델을 만들 이유가 없게 된 정보기술업계도 기술적 도전이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없이 쉽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코인을 발행하고 공개했다. 

루나와 테라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화려한 경력을 활용하면 쉽게 돈을 모을 수 있고 돈이 모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길을 선택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루나나 테라로 어떤 도전을 하는 것인지도 명백하게 정의되지 않았다.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과거 창업했었던 티몬과 배달의 민족 등과 제휴하여 상거래 결제에 적용하겠다는 것 만으로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었고 사실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수십배의 투자수익을 남겼다. 

그런데 제휴한 쇼핑몰에서 테라를 결제로 적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시장과 사업모델을 모르는 공동창업자들의 착오였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 졌다. 공동창업자들은 2019년부터 탈중앙화 금융(DeFi)을 다음 모델로 잡고 폰지구조에 가까운 앵크프로토콜을 설계했고, 외국에서 미국 주식을 거래하려는 수요자들을 겨냥한 미러프로토콜(MIR)을 출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를 놓치지 않고 증권형 토큰으로서 미국 증권거래법 위반과 뉴욕거래소의 지적자산 침해 등으로 소환하고 법원에 제소했다. 사실 미러프로토콜은 한국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발행과 공개(ICO), 상장시 공모에 준하는 신고 등 자본시장법상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위반이 문제될 것이다(작년 테라, 루나와 미러프로토콜의 문제에 대해서 기고를 하였으나 금융당국이나 코인 거래소에서 어떤 조치도 없었다). 당연히 상장 폐지가 수순임에도 아직 미러프로토콜은 루나와 달리 일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실 루나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다단계, 유사수신 등으로 아주 익숙한 ‘오래된 현재’에 불과하다. 걱정은 금융당국과 국회 등 규제당국이 이를 계기로 윤석렬 정부에서 어떤 규제설계(Regulatory Framework)를 할지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본시장연구원의 ‘국회발의 가상자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 보고서(연구총괄 김갑래 연구위원)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윤석렬 정부임에도 새정부의 공약이나 국정과제가 달라졌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구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나 시장에 대한 고찰, 나아가 기본적인 법제도의 규제설계 조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으며, 나아가 혁신 생태계에 대한 한 톨의 이해도 없이 작성된 보고서다. 개인적으로는 이 보고서의 위험은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테라와 루나 사례에 비견할 수 조차 없는 위험한 보고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5차례에 걸쳐 월드블록체인컨버전스(WBC) 규제설계 워킹그룹 구성원들과 이 보고서를 검토 분석하고, 다음달 15일 국회 월례포럼에서 그 결과를 널리 공유할 계획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등 성급한 규제설계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BGCC)의 2018년 가이드라인 대로 증권형과 비증권형을 구별하여 자본시장법 적용범위를 명백하게 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이 아직 진행형이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입법은 과거 크라우드펀딩과 P2P 입법처럼 아예 해당 산업을 몰각시키는 방식의 규제가 될 확률이 높다. 차라리 2013년부터 규제설계를 해 온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쉬운 길이라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글쓴이: 월드블록체인컨버전스 의장 배재광(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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