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당정이 루나와 테라 사태 이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 현황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대해논의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제대로 선보이기도 전에 사고대응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이하 ‘보고서’라 함)도 당정의 기대와 달리 합리적인 규제설계(Regulatory Framework) 보다는 단순히 입법안을 비교검토하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 지난 기고에서 밝혔듯이 테라-루나 사태는 혁신에 대한 창업자들의 경험, 소셜쇼핑이라는 그루폰 사업모델(BM)을 모방한 티몬 창업이 예상보다(?) 크게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지 않았나 추정했었다. 

우선 돈을 모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생각에서 출발한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결제’라는 쉽지 않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테이킹(예금) 구조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디파이(DeFi), 앵커프로토콜과 미러프로토콜을 출시하면서 한국이라는 배경의 글로벌 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당사자들로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 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작금의 사태를 너무 작위적으로 해석하거나 문재인 정부가 소홀(?)했었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일거에 만회(?)하겠다고 덤벼서는 결국은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크라우드펀딩)에 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결국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의 씨를 말리는 입법이 되고 말았다는 역사적 경험을 잊지 말아야 겠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해당 ‘보고서’를 보면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고 사실로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다. 이제부터 보고서에 대해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바람직한 가상자산 규제설계에 대해 월드블록체인컨버전스(WBC) 규제설계 워킹그룹(WG)의 입장도 아울러 정리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

블록체인과 규제설계
블록체인과 규제설계

 

보고서의 구성이나 법안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가상자산 정의(Definition) 등을 담고 있는 총론, 가상자산 발행자와 사업자(거래소 등)의 공시의무,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사업자의 의무와 감독규정, 가상자산 사업자(발행자 포함)의 진입과 행위 규제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히 세밀하고 구체적인 규제안이 입법(안)에 담겨 있고 보고서는 이를 충실하게 해설하고 정당성을 대변(?)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정부정책 관여도를 볼 때 향후 규제내용도 일응 보고서의 내용을 넘지 않을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사실 규제설계는 규제가 왜 필요한지 여부,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지를 규정함에 있어 법령에 시장과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존중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어떻게 포섭하느냐라는 점이 중요하다. 논의의 모든 곳에 그런 고려가 없다면 규제는 현실을 개선하기 보다는 개악하게 되고 결국 위헌성이 문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진입규제와 행위규제에 비례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안들이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자하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특금법 제2조 제3호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3.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한다. 가목 내지 사목 생략.

가상자산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규제 대상의 문제와 규제의 적합성, 정합성,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따른 최소 규제의 원칙에 따라 정해 진다. 그런데 가상자산을 특금법 같이 정의한다면 실제 입법이나 규제설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도 발행하는 ‘포인트’, ‘마일리지’ 등이 모두 포괄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현상’들이 규제에 포섭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금법상 가상자산 정의 규정을 가상자산 입법(안)에서 이를 답습하거나 준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가상자산을 암호자산 혹은 암호화폐라고 하든지 디지탈자산이라고 할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야 겠지만 그 정의에 ‘분산원장 기술(DLT)’ 즉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것에 한정해야 한다(보고서에서 미국이 ‘디지탈자산’과 ‘암호자산’을 혼용하고 있다고 하고 기술하고 있으나 그 용어의 사용은 시장에서의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분산원장 기술’이 그 규제의 대상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것이 아닌 것까지 포괄적으로 규제나 입법에 포섭하는 것은 규제설계에 막대한 어려움을 줄 것이고 그 규제의 타당성 자체를 몰각할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혁신 자체가 지체되며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닫히게 되어 미국 등 혁신 기업들의 서비스나 기술들을 이용하는 소비국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사실 블록체인 관련 기술개발과 혁신이 지체되면서 이미 우려한 현상이 본질이 되고 있다). 규제설계에서 법령으로 규제대상을 정의하는 것은 법령의 위헌성 여부와 규제의 명확성 원칙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명료하게 정의해야 된다.

가장 경계할 것은 언론이나 국회, 정부 당국까지 규제할 입법이 없어서 현재 루나-테라 사건이나 다단계 코인 등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과 언론의 상투적인 언급이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가 2018년에 이미 발표한 가이드라인(Guide to Coin Initial Offering)에서 주장했듯이 가상자산(코인) 중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 등 증권(security)에 해당하는 금융투자상품(financial instrument)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근래 가상자산은 아니지만 뮤직카우에 대한 적법성 가이드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뮤직카우의 불법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용을 회피한 것은 시장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과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소위 다단계 조직들이 쉽게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발행 후 다단계 조직을 이용하여 판매를 하여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임하고 있는 것이 시장을 가장 혼탁하게 하고 있다. 코인 다단계 판매의 경우 형법상 사기(특경법상 사기 포함),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 방문판매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여 처벌하지 않고 마치 법이 미비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다. 

검찰과 경찰은 24일 당정회의 결과를 주시하고 다단계조직이나 세력들이 혁신 기술을 이용하여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혁신 자체를 몰각하는 일이 없도록 엄정히 대처해 주었으면 한다. 이와 같이 적용할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으로도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응은 가능하다. 다만, 혁신 기술 자체가 가지는 함정, 이제까지 없는 기술과 사업모델에 적용할 현행 법령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혁신자체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적정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등 2013년부터 관련 내용을 주시하면서 대처해 온 국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트레블룰 처럼 성급한 입법과 그 적용은 제2의 공인인증서가 되어 한국을 혁신의 섬, 갈라파고스로 만들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혁신정책이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글쓴이: 월드블록체인컨버전스 의장 배재광(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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