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밝힌 인수조건 문서화 놓고 양측 충돌
노조, 광주 중흥그룹 본사앞서 천막농성 시작
중흥 "산업은행과 딜끝나는 2월까지는 못해"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

[포쓰저널=홍윤기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밝힌 독립경영, 처우 개선 등의 약속을 문서화하는 문제를 싸고 중흥과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충돌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13일 광주광역시 중흥그룹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4일에는 출퇴근 시간대 집중 규탄 시위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전날 조합원들에게 보낸 성명서에서 “중흥그룹 인사단과의 협상이 파행으로 종결됐음을 공식 선언한다”면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흥그룹과 총력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 중흥그룹과 3자 회담을 시작으로 인수조건 협상을 진행해왔다.

중흥그룹은 인수협상 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보장’, ‘직원처우개선’, ‘임금 인상’ 등의 조건을 약속한바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도 지난달 9일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승진을 최대한 보장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능력위주 발탁 인사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노조는 최근 중흥그룹에 이런 내용을 법적 구속력 있는 서면 합의서로 작성하자고 요구했다.

노조의 합의서안에는 △독립경영 담보를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원칙 △ 사내 계열사 외 집행 임원 선임 인원제한 △인수 후 재매각·본부 분할매각 금지 △ 자산매각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흥그룹은 서면 합의서 작성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KDBI로부터 주식 양수도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자신들이 대주주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노조 김경환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중흥그룹이 대주주의 법적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노조와 어떤 사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의서는 체결할 수 없다고 나오고 있다"며 "기업 인수합병 시 고용승계 등을 사전에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일인데, 중흥그룹은 이 조차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3자회동 시 중흥그룹이 독립경영, 투명경영, 임직원 처우개선을 언론에 발표하고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얘기해놓고 이제와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서면합의할 수 없다는 중흥그룹을 규탄하고, 믿을 수 없고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며 말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아직 딜클로징이 안돼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노사가 합의하자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며 만약 합의를 하게 된다면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한 주주권이나 경영권 침해“라고 했다.

이어 “KDBI와의 인수가 마무리되는 2월까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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