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미국법인 통해 "5년간 8조3600억 투자" 발표
바이든 정부 '바이아메리칸' 정책에 적극 대응 의지
21일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국투자' 선물 보따리 공개

E-GMP 첫 적용 전기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

[포쓰저널=정환용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4일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8조3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생산물량의 미국 이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미국법인은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현대자동차그룹(HMG)은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를 투자해 미래 EV(전기차) 생산 및 생산 시설 강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이어 "HMG의 투자는 전기화, 수소 에너지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우선 순위를 지정해 전반적인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EV 제조 업종을 확대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투자할 것이다"며 "현대차는 내년부터 미국 소비자에게 미국산 전기자동차 제품군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전기차 공급 시스템을 갖춰,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이번 투자는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고,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결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칸’ 등 자국 내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미국시간)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물보따리를 미리 공개한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 방미단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연간 6천억달러(약 661조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을 자국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44만 대 이상인 정부기관 관용차를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에 들어간 부품의 50%이상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174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전기차·충전소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아야 하는 현실도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 전기차 23종 100만대를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유럽에 비해서는 아직 왜소한 편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 대 규모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480만 대, 2035년에는 800만대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회장은 4월 하순 미국을 방문했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아이오닉 5 현지 생산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서도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미 연방 에너지부(DOE)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현지 기업들과 ▲수소충전 인프라 실증 ▲항만 등과 연계된 수소전기트럭 활용 물류 운송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 ▲연료전지시스템 공급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월 DOE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혁신과 글로벌 확대에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수소충전소 설치, 현대 수소차 ‘넥쏘’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현대차는 미국 엔진, 발전기 분야 전문 기업인 '커민스(Cummins)'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다수의 업체와 연료전지시스템 보급을 위해 협업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에도 투자한다. 최근 미국 모빌리티 기업 앱티브(Aptiv)와 손잡고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만들었다. 네바다 주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한 무인운전면허를 업계 최초로 취득했다.

모셔널은 최근 아이오닉5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공도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파트너사인 리프트(Lyft)와 함께 2023년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법인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즈 사장은 “미국 시장, 딜러, 고객에 대한 깊은 헌신을 이번 투자 발표로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전 세계 모빌리티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와 미래의 제품 라인업에서 끊임없이 우수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북미법인 숀윤 사장은 “기아의 핵심 변혁 요소 중 하나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며 “미국에 전략적 투자해 전기차 모델을 생산함으로써, 기아는 전기차 시장 선도와 함께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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