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한국리테일투자에 2년간 '기타비용' 2157억원 지급
홈플 측 "테스코와의 국제중재재판 소송 대리한 비용"
'인수가격 조정' 소송 진행중.."MBK가 당사자인 게 정상"
비용 규모 과다...2년간 영업이익 4202억원의 절반 넘어

6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MBK가 인수 이후 6년 동안 매각한 홈플러스 매장과 부지 등 부동산이 3조5000억원어치다. 이는 홈플러스 인수자금 7조2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라며 ”사모펀드 MBK가 투자금회수를 위해 알짜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해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홈플러스 노조

?[포쓰저널=조혜승 기자] 홈플러스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 측에 최소한 2천억원대의 자금을 소송비 명목으로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원에 인수했는데, 인수가격과 관련해 영국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자금 지급이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0일 홈플러스의 2019회계년도(2019년3월~2020년 2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9년 지배회사인 한국리테일투자(주)에 1107억7726만원을 '기타비용'으로 지급했다. 직전연도에도 같은 명목으로 1049억8941만원을 지급했다.

홈플러스 2019회계년도 감사보고서 일부. 2018, 2019년 총 2157억원을 지배회사인 한국리테일투자에 '기타비용'으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홈플러스측은 이 돈이 영국 국제중재재판소에서 테스코를 상대로 진행중인 '인수가격 조정' 소송비라고 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운영을 위해 만든 투자목적회사다.

한국리테일투자의 지분은 MBK파트너스 3호(57.51%), MBK파트너스 3호의2(3.65%), MBK파트너스 2015의 3호(38.84%) 등 MBK의 사모투자전문회사 5곳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 '한국리테일투자= MBK' 인 셈이다.

한국리테일투자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상 투자목적회사다. 투자목적회사는 사모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인정해준 일종의 합법적 페이퍼 컴퍼니, 즉 서류상의 회사다.

투자목적회사는 상근임원을 두거나 직원을 고용할 수 없고, 본점 외에 영업소를 설치할 수도 없다.

이에 홈플러스가 감사보고서에 적시한 '기타 비용' 2157억원의 정체를 싸고 의문이 제기됐는데, 홈플러스 측은 최근 포쓰저널에 이 돈이 런던 국제중재판소 중재재판 비용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강종호 홍보팀장은 "(감사보고서상) 기타비용은 홈플러스를 대신해 SPC(특수목적법인)였던 한국리테일투자가 이전 주주사였던 테스코와의 중재에 들어가는 법무비용이이다"며 "중재 당사자는 홈플러스이나 소송수행 주체가 당시 지배기업인 한국리테일투자이기에 법무비용이 한국리테일투자로 넘겨진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중재재판 진행상황을 2019회계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여기서도 홈플러스는 "중재재판 관련 업무를 당사의 대리인이자 지배기업인 한국리테일투자가 진행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경비를 홈플러스가 사후적으로 분담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2019회계년도 감사보고서 일부.

홈플러스 측의 설명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홈플러스 측은 중재재판의 당사자가 자신들이고 소송수행만 MBK 측에 위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5년 홈플러스 양수도 계약이 MBK와 테스코 간에 체결된 만큼 피인수대상인 홈플러스가 '인수가격' 관련 소송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인수 대상에 불과한 홈플러스가 주식인수계약(SPA)에 따른 중재재판의 당사자로 나서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테스코와 홈플러스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은 MBK이고 이에 따라 '인수가격' 관련 분쟁의 주체도 당연히 MBK가 되는 게 정상이다.

설령 중재재판 제기를 형식적으로 홈플러스가 했다손 치더라도 승소 시 이익이 대주주인 MBK로 귀속되는 만큼 편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측은 중재재판 소장은 공개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리테일투자는 투자목적회사로서 자본시장법상 상근 임원이나 직원을 둘 수 없다.

이런 한국리테일투자가 홈플러스를 대리해 국제중재재판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소송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하는 점도 지적된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9년 1602억원, 2018년 2600억원이었다. 2년간 영업이익이 총 4202억원인데 중재재판 비용이 이미 그 절반을 넘은 셈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장석우 변호사(공인회계사)는 "한국리테일투자를 비롯한 주주사들이 당연히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홈플러스에 부당하게 전가시키는 것으로서,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MBK파트너스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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