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나흘만에 월급쟁이 사장 명의로 글 올려
젠더 갈등 촉발 나라 찢어놓고 "실수" 변명 급급
그나마 가맹점주들만 보는 게시판에 슬쩍 올려
"피해자는 국민인데 왜 가맹주들에게 사과하나"
실질 책임자 허연수 부회장은 뒤켠서 '나몰라라'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 대표이사인 허연수 부회장. 이 회사의 오너 일가이자 실질적 대표자인 허 부회장은 GS25 남혐 파문 이후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월급쟁이인 조윤성 사장만 4일 일반시민들은 접근할 수도 없는 가맹점주용 게시판에 사과문 유사한 글을 올렸다.

[포쓰저널=조혜승 기자] 남혐(남성혐오) 홍보 포스터로 물의를 일으킨 GS25가 논란 나흘만에 사과문 유사한 글을 내놓았지만 진정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시민 반발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GS25는 4일 조윤성 사장 명의로 '경영주님 여러분께'라는 머릿글로 시작하는 글을 GS25 가맹점주 전용 게시판에 올렸다.

조 사장은 이글에서 “1만5000여명의 경영주님들과 GS25를 애용하고 아껴주시는 고객 여러분 모두에게 피해와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포스터 제작을 위해 유료 사이트에서 ‘캠핑’ 등 키워드로 다운 받은 이미지를 사용했으나 디자인 요소에 사회적 이슈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돌려주시고 신속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 사장의 글 게시가 알려지면서 관련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되레 GS25 측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진정으로 인지하고 있는 지 조차 의문이라는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선 글 내용이 전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실무자들의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는 변명에 무게를 뒀다는 지적이 인다.

실제로 조 사장은 포스터 제작용 이미지를 다운 받는 과정에 사회적 이슈(남혐)가 있는 부분을 미처 알지 못한 것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단순 과실이면 모를까 고의는 결단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첫 포스트 이후 두차례 수정 과정에도 동일한 의미의 남혐 이미지를 넣은 것이 단순실수라는 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는 반응이 많다.

조 사장이 글을 올린 게시판이 일반 소비자들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도 소비자들 심사를 뒤틀리게 하고 있다.

글을 올린 곳은 GS25 가맹점주들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다.

글 내용에 '고객'이란 단어가 세번 언급되긴 했지만 전체 맥락상 1차 사과 대상은 가맹점주들이고 일반 소비자는 부차적인 존재로 다뤄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부 가맹점주들의 피해와 반발을 의식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일 뿐 진정한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남혐의 1차 피해자는 모든 남성과 선량한 여성, 즉 젠더 폭력을 당한 일반 소비자들인데 왜 가맹점주들이 1차 사과대상이 돼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글을 올린 주체도 논란거리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의 대표이사는 조 사장이 아니고, 허연수(60)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의 4촌 동생, 즉 오너 일가다.

조 사장은 월급쟁이 간부에 불과하다. 그는 이날 글에서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충격파는 월급쟁이 사장 한명이 사내 규정에 따라 '조치'를 받으면 끝날 정도로 경미하지 않다.

우리 사회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젠더 갈등 문제를 전면에 부상시키며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시대적 대형 사고다.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허연수 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 일언반구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GS 측의 이런 태도는 공교롭게 같은 날 대국민 사과를 한 남양유업과도 대비된다.

'불가리스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이광범 대표이사는 물론 오너 일가들도 모두 책임을 졌다.

홍원식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이미 자리를 박탈당했고, 이 대표도 사표를 썼다. 홍 회장도 이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71살 고령인 홍 회장은 눈물까지 흘리며 자사의 패착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불매운동까지 일며 싸늘했던 여론도 동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 잘해 보자고 한 것이 절차상의 문제로 논란이 커졌다는 동정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건은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끼친 것도 없다.

이에 비하면 GS리테일 허연수 부회장의 경우 젠더 갈등 촉발로 사회 전체를 혼돈 상태로 몰아 넣고도 '나몰라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월급쟁이 임직원들에게 떠넘기려는 자세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허 부회장은 사내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추진위원장이기도 하다.

GS25의 남혐 사태는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회적 책임' 역행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GS의 ESG는 단순 포장 용 겉치레에 불과한 것 같다"며 "오너가 이런데 그 기업 풍토가 바뀔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

4일 GS리테일 조윤성 사장이 가맹점주 전용 게시판에 올린 글.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