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간부, 현수막 철거하고 장비 훼손해
논란 일자 사과공문 발송..경찰 "현재 수사중"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앞에서 양수광 대표가 1인 시위를 진행하려 하자 신원 미상의 하나은행 뱃지를 단 남성 1명을 포함한 무리들이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사진=양수광 대표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하나금융투자 직원 등이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피해자의 1인 시위를 강제로 저지하고 몸싸움 과정에 마이크 등 일부 기물도 파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양수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대표에 따르면, 하나금투 경영지원본부장인 송모씨는 전날 문자를 통해 “지난주 1인 시위 건과 관련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발생시켜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며 사과 공문을 드리려 한다”며 “보상은 실물 보상도 좋고 실비 보상도 좋으니 대표께서 원하시는 방안으로 바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양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금투 본사 앞에서 ‘펀드 계약 취소 및 투자원금 전액 보상’ 1인 시위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위 시작과 동시에 신원 미상의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왜 여기서 시위를 하느냐, 을지로 본점으로 가라”는 등 위협을 가하며 시위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양 대표가 이를 무시하며 ‘계약취소와 투자금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자 이들은 마이크를 빼앗아 분해하고, 현수막을 강제 철거하는 등 시위를 폭력적으로 중지시켰다.

이에 양 대표는 1인 시위를 방해한 신원 미상의 남성 등 4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영등포 경찰서에 배당된 상태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상 '시위'는 2인 이상을 요건으로 한다. 1인이 시위할 경우 법률상 시위가 아니므로 신고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하나금투 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들은 내용이 없다고 발뼘했다.

하나금투 측은 “시위가 있는지도 몰랐다. 해당 사실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다음 날 송모씨는 문자를 통해 “저희 건물 앞에서 있었던 일로 찾아뵙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많이 바쁘시고 언짢으시겠지만 시간을 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이에 양 대표는 “하나금투 직원의 방해로 시위를 진행할 수 없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재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며 “해당 사건과 연관된 사항은 경찰 조사 및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향후 모든 일정은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사적인 만남은 필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하나금투 측은 “당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직원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향후 동일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는 2017~2019년 판매된 사모펀드다.

이탈리아 지방 정부의 의료보험 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1500억원 어치를 판매했으나, 현재까지 환매되지 않고 있다.

헬스케어펀드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지방 정부에 청구하는 구조다.

피해자들은 불완전 판매가 아닌 애초에 투자자를 기망한 사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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